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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백서/재료공학부

재료공학부 : 재료의 전자기적 성질

by STEMSNU 2024. 8. 30.

‘재료의 전자기적 성질’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A)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기 재료, 광학 재료를 연구하고 싶은 사람들의 필수 소양이자 많은 재료공학부 학생들을 양자역학의 늪에 빠뜨리는 재료공 이론 전공과목의 끝판왕.

안녕하세요, 공우 14기이자 재료공학부 19학번 이수용입니다. 오늘은 재료공학부 학생들이라면 3학년 2학기에 필수적으로 수강하여야 하는 전공필수과목, '재료의 전자기적 성질'에 관한 소개글을 가져와봤습니다.

 


1. 과목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재료공학부의 커리큘럼에서 추구하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어떤 분야에서 재료공학적인 니즈(NEEDS)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희망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재료 개발 연구를 설계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할 기초적 소양/지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 시각에서 제안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재료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구조와 상)’, ‘재료의 고유성이 어떠한 성질로 발현되는지(물성)’, ‘그러한 구조와 물성의 재료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공정)’이 재료공학을 지탱하는 주요한 3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각각의 요소는 사뭇 복잡한 인과관계로 얽혀있으나, 최종적인 성능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표는 단연 ‘물성’일 것입니다.

물성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질감, 색채부터 시작하여 외부에 가해진 힘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는지에 관련된 기계적 물성, 열이나 외부 전자기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이르기까지 개개 재료는 각자만의 고유한 물성을 지닙니다. 3학년 1학기 ‘재료의 기계적 거동’에서 재료의 기계적 물성이 거시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조사하는지, 미세구조가 이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배웁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재료의 전자기적 성질’은 3학년 2학기에 수강하는 전공필수 과목으로서 보다 미시적, 양자 역학적인 관점에서 재료의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성질을 결정하는 원리 및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학습합니다.

참고로 이 과목은 ‘재료현대물리’의 후속 과목으로서, 해당 과목에서 가르치는 현대물리 및 양자역학에 관련된 아주 기초적인 지식(물질의 이중성, 슈뢰딩거 방정식의 의미 등)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1.1 과목의 개요 및 의의

수강신청사이트에 명시된 ‘재료의 전자기적 성질’의 공식적인 교과목개요에 따르면, 이 과목은 고전적인, 또는 양자 역학적인 관점에서 정성적으로 재료의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그리고, 열적 성질을 재료를 구성하고 있는 전자 및 원자의 스케일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다면 물질의 물성을 이해하는 데에 어떤 점에서 고전적, 양자 역학적 시각이 요구되는 것일까요?

본 과목에서 사용되는 고전적 물리의 영역으로는 맥스웰에 의해 확립된 고전 전자기학을 들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후술하겠지만 맥스웰 전자기학의 주요한 4개 식에 포함되는 유전상수, 투자율 상수 등과 옴의 법칙에서 언급되는 전기 전도도 등으로 물질의 전기적, 자기적 성질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dynamics의 관점에서 전자기파, 즉 빛을 진동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구성된 파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질의 광학적 성질 또한 고전적인 영역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은 왜 필요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던 현상(대표적으로 에너지 양자화)들을 성공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크게 일조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물질의 성질로서 인식하는 것은 거시적인 시각에서 관찰한 것입니다. 즉, 재료 덩어리(bulk)의 성질이죠. 이 bulk를 구성하는 것은 수많은 원자들과 그 원자 사이의 결합을 유지하는 전자이며, 물질의 개별 성질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바로 이 원자와 전자의 배열 및 거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많은 전기적, 자기적 성질의 근원이 바로 전자가 주어진 전기장, 자기장 하에서 보이는 운동 경향이나 전자가 고유하게 갖는 스핀이라는 물리량에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는 나노미터(nm) 미만 스케일의 아주 작은 입자이기 때문에 이중성에 의해 유의미한 파동성을 가지게 되고, 이는 전자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데에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비롯한 양자역학적 관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렇다면 반대로 파동을 입자처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빛을 입자의 관점에서 취급하는 ‘광자’(photon)의 개념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결정형의 고체는 결합 구조 내 원자의 진동 모드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격자 진동으로 정의되는 이러한 에너지 형태를 포논(phonon)이라는 입자를 도입하여 정의하며, 고체가 에너지를 공급받을 때 더욱 많은 진동 모드를 활성화하여 포논을 추가 생성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과목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러한 에너지 양자화 모델들을 정량적, 정성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전자와 같은 입자가 곧 파동의 성질을 나타낼 수 있고, 격자 진동 같은 파동이 입자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은 직관적으로는 잘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전역학으로 정의되는 거시세계의 법칙에 상당히 익숙하기 때문일 겁니다. 과목을 수강하는 내내 여러분은 이러한 모호한 개념에 더불어 여러 복잡한 수식들에 부딪히게 될 것이지만, 수강을 마친 시점에는 재료의 열적,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성질에 양자역학의 원리가 얼마나 깊게 관여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2 키워드 별 개념 설명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구체적으로 ‘재료의 전자기적 성질’ 과목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 지 알아봅시다.


1.2.1. 포논의 개념과 열적 성질

  • Keyword : 포논(Phonon), dispersion relation, 상태밀도(Density of State), 아인슈타인과 디바이(Debye)의 모델 등

앞서 소개를 드렸듯, 포논(phonon)이란 결정 구조 내 원자들의 진동 모드로 저장되는 양자화된 에너지의 단위를 나타내는 입자입니다. ‘왜 굳이 격자 진동을 중요하게 다루지?’라는 의문이 드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이는 고체가 열에너지를 내부에 저장할 때 바로 이 포논의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이 부분에서 격자 진동 이론 및 이에 관련된 고체의 에너지/열적 성질들의 수식적 유도 과정을 보다 자세히 배우게 될 것입니다.

포논을 이해하고 물성 분석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자들의 격자 진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3차원 결정 내의 원자 간 상호작용(결합)은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나므로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모드의 진동이 가능합니다. 손쉬운 이해를 위해 구슬 목걸이와 같이 1차원 선형 결정으로 동일한 원자가 연결된 가장 간단한 형태를 생각해보도록 하죠. (그림 1 참고) 각 원자 사이에는 원자 간 인력에 의한 복원 탄성력이 존재하여 마치 각 원자가 용수철로 연결된 듯한 거동을 보일 수 있고, 이에 의해 평형 위치에서 벗어난 원자들의 진동 운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눈여겨볼만한 것은 유한한 고체의 양 끝 원자는 고정되어 있음으로 인해 전체 격자 진동이 가질 수 있는 진동수 혹은 파수(wavenumber, k)가 이산적으로 분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림 1. 가장 간단한 단일 원자 & 1차원 선형 결정에서의 격자 진동 모델링

포논은 이러한 양자화된 격자 진동을 입자로서 개념화한 것입니다. 특정 진동수 f를 가진 빛을 E=hf라는 에너지를 가진 광자로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이, w라는 각진동수를 갖는 특정 모드의 격자 진동 또한 E=hw/2π라는 에너지를 가진 포논의 생성과 동일하게 놓을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듯 일반적으로 고체에 열이 가해졌을 시 특정 진동 모드를 활성화하여 포논을 생성함으로써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포논의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의 총량을 구하고자 할 때, 포논의 에너지가 hw/2π인 것을 알고 있으므로 각 진동수마다 고체가 가질 수 있는 포논의 모드 수가 어떻게 될 지를 추정하여 가능한 전체 진동수 영역에서 가중하여 더해주면 됩니다. 가중치에는 두 가지가 고려되는데, 하나는 특정 진동수별로 점유 가능한 전체 모드의 수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는 그 모드들 각각을 점유할 수 있는 확률에 관한 것입니다. 간단히만 말하자면, 전자를 구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상태밀도 수(Density of State; DOS)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후자는 입자의 유형별로 적절한 양자통계 함수를 가져옵니다. 참고로 포논은 구분 불가능하고 교환에 대해 대칭적이므로 보스 입자로 취급되어 보스-아인슈타인 통계의 식을 사용합니다. 이를 모두 종합하여 적분 연산으로 더해주면 고체 전체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보스-아인슈타인 통계에 따르면 높은 온도에서 높은 에너지의 진동 모드가 점유될 상대적 확률이 증가하므로 우리의 직관대로 고체의 에너지는 온도에 대한 증가함수로 나타납니다.

추가로, 위의 선형 목걸이 모델에서 각 원자의 운동방정식을 풀게 되면 격자 진동의 각진동수와 파수 사이에 특정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존재성에 기반하여 두 변수 사이에 단순한 수식을 가정하여 대략적으로 고체 에너지의 온도 의존성을 계산하는데, 아인슈타인 모델, 혹은 디바이(Debye) 모델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설정하는 수식적 가정이 상당히 이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온도 영역에서의 에너지 및 비열(에너지를 온도에 대해 미분한 값)은 실제 실험으로 얻은 경향성과 놀랍도록 잘 부합합니다. (그림 2 참고) 이제 고체의 열에너지 저장을 이해하는 데에 포논에 기반한 양자통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이 조금은 잡히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림 2. 고체의 비열에 대한 Dulong-Petit 모델, Einstein 모델, Debye 모델의 온도 영역에 따른 비교 plot

P.S. 이 부분에서 배우는 여러 이론의 전개 방식 및 계산 방식은 (Ex. 전체 에너지를 구하는 방식, k 공간에서 DOS를 구하고 에너지 관련 변수로 치환하는 방식 등) 바로 이후에 나오는 전자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상당히 자주 사용되니 유념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1.2.2. 전자의 에너지 모델

  • Keyword : 자유 전자 모델, 에너지 띠 이론, Brillouin zone, 유효 질량, hole 등

고체의 성질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로 포논 외에 (특히 전도체의 경우)전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자의 에너지 분포함수에 의해 규정되는 결정형 고체의 에너지 구조에 대한 이론들은 고체물리의 기초이자 정수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뒤이은 부분에서는 본격적으로 전자의 에너지 준위 및 이 준위들 간 전자의 전이현상으로 설명되는 전도성 물질의 에너지 구조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배우는 지식들은 후에 나오는 전기적 성질을 잘 이해하고 싶거나, 고체물리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을 기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철저히 공부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대물리의 기초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주어진 퍼텐셜 환경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를 구한 후 이 해를 다시 방정식에 대입하여 구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소의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는 핵과 전자 사이의 정전기적 인력을 퍼텐셜(쿨롱 퍼텐셜)로 가질 때의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로부터 유도될 수 있었습니다. 본 수업에서는 우선 자유 전자 모델, 즉 에너지 장벽을 0으로 두었을 때의 상황에서 고체 내 전자의 에너지 준위에 관련된 주요한 개념들을 살펴봅니다. 자유 전자 모델은 가장 이상적이고 간단한 모델이지만 전자의 양자 역학적인 거동을 이해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체를 Particle in a Box로 간주함으로써 고체 내에서 허용된 전자의 에너지와 각 에너지에 해당하는 전자의 상태밀도(DOS) 등에 대한 핵심 정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자의 점유 확률을 나타내는 Fermi-Dirac 분포를 함께 고려하면 에너지에 따른 전자의 분포 경향과 거동을 더욱 폭넓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예시로, 포논과 같은 방법으로 고체 내에서 전자에 저장되는 열에너지를 계산할 수도 있고, 고체의 계면에서 여러 유인(열, 전기장, 광)에 의해 방출되는 전류의 세기를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림 3. Particle in a box 모델을 가정한 자유 전자의 DOS 계산

자유 전자 모델은 전자의 양자 역학적 성질을 파악하는 데에는 아주 유용하나, 실제 고체의 환경을 정확히 묘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유 전자 모델로는 고체 내에서 전자가 점유할 수 있는 에너지 준위가 띠 형태로 분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띠 구조는 실제로 고체 내에서 전자가 결정상태로 배열된 원자에 의한 주기적 퍼텐셜을 겪으며 이동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본 과목에서는 주기성이라는 고체의 특성과 에너지 띠 구조를 연결 짓는 여러 이론들에 대해 학습합니다. 우선 델타함수 퍼텐셜 모델 및 주기적인 퍼텐셜에서의 Bloch 정리에 기반하여 직접 계산하는 Kronig-Penney 근사 이론을 배웁니다. 이 이론에 따라 계산하여 얻은 결과로부터 고체 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에 대해 허용된 에너지 영역과 금지된 에너지 영역이 번갈아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고체 내 원자의 주기적 배열에서 근접한 원자에 의한 퍼텐셜의 변화 정도에 따라 Weak binding model과 Tight binding model로 구분하게 됩니다. 본 수업에서는 특히 전자가 자유 전자에 근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Weak binding model에 초점을 맞추어 주기성이 있는 고체에서 전자의 에너지 분포를 어떠한 방식으로 기술할 수 있는지를 배웁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유 전자에 대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로부터 고체 내 띠 구조가 어떻게 유도되는 지를 배우고, 이에 관련된 개념인 Brillouin zone, 유효 질량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자 역학적 관점에서 양공(hole)을 정의하고, 전자와 비교하며 이것이 갖는 물리량의 특징에 대해 배움으로서 ‘에너지‘에 대한 챕터를 마무리합니다.

그림 4. Kronig-Penney model로 보이는 k 공간에서의 band와 gap 영역의 존재 : k와 E 사이의 관계가 주어지므로 에너지 준위 또한 band 구조로 나타냄을 보일 수 있습니다.



1.2.3. 전기적 성질

  • Keyword : 전기 전도도, 전하 이동도, 페르미 레벨(Fermi level), 도핑 효과, 홀 효과, 접합(Junciton) 등

앞선 1.2.2.에서 고체 내의 전자의 에너지 준위 구조에 대한 기초 이론을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실제 고체 재료에서의 물성과 연결지어 봐야겠죠? 우선 전기적 성질을 볼 수 있습니다. 물질의 전기적 성질은 전자가 물질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특히 전기장이나 자기장이 가해졌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 지로 보여집니다. 이러한 성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재료의 성능을 가늠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는 데에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진로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 내용에 특히 집중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전기장에 대한 반응은 옴의 법칙에 의해, 자기장에 대한 반응은 홀 효과에 의해 설명될 수 있습니다. 두 법칙의 공통점은 전기 전도도(conductivity)전하 이동도(mobility)라는 값과 직접 연관된다는 것으로, 실제로 이 값들은 어떠한 물질의 전기적 성질을 대표하는 값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챕터에서는 전기 전도도의 값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웁니다. 간단히 나열하자면 전기 전도도의 온도 의존성을 전자 이동 경로 내 산란(scattering)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도 하고, 전기 전도도와 비례 관계를 갖는 반도체 내 carrier의 밀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전자의 이동 과정에서 산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고 각 원인에 의한 산란 정도의 온도 의존성을 수식적으로 알아보게 됩니다. (산란이란 간단히 전자가 무엇인가와 충돌 및 상호작용하여 운동 상태가 변화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반도체 bandgap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1.2.2.에서 배운 에너지 띠 이론과 연관되며, 전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상위 에너지인 Fermi level이라는 개념이 주요하게 사용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순수 반도체에 다른 원소를 도핑(doping)하여 주었을 때, 이 도펀트(dopant)의 유형에 따라 Fermi level을 비롯한 전자의 에너지 구조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는 지를 배움으로써 반도체 도핑의 효과를 훨씬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림 5. Donor와 Acceptor 이온 도핑에 따른 반도체의 에너지 diagram 변화

여기까지 수업을 들으시면 반도체 자체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소자의 구동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배운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이오드(정류)나 트랜지스터(증폭, 스위칭) 등의 소자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게 하기 위해 대개 두 개 이상 종류의 반도체/금속종를 접합시켜서 사용합니다. 즉, 반도체 소자의 작동 원리는 접합에 따른 에너지 구조의 변화와 이로 인한 전자 거동 경향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두 개의 서로 다른 물질을 접합부에서 원자가 띠(alence band)와 전도 띠(Conduction band)의 구부러짐이 나타나며 barrier 혹은 slope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반도체 계면에서의 전자의 거동을 크게 결정합니다. (그림 6 참고) 전기적 성질의 마지막 부분으로는 이와 같이 접합(Junction)에 따른 에너지 구조의 변화와 계면에서의 전자의 이동, 이로부터 유도되는 접합형 소자의 구동 경향에 대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림 6. 금속/n형 반도체 접합 계면에서의 에너지 변화와(Schottky Barrier) 양 단 인계 전압에 따른 J-V curve 예시




1.2.4. 광학적 성질

  • Keyword : 맥스웰 방정식, Free carrier absorption, 방출 및 흡수 스펙트럼

분명히 과목 이름은 ‘전자기적 성질’인데, 왜 광학적 성질이라는 주제가 등장한 것인지 의아한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빛은 곧 전자기파, 즉 빛의 근원이 시변(time-varying)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에 있으므로 전기적, 자기적 성질과 광학적 성질이 어느 정도 유관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눈여겨볼만한 재료의 광학적 성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에 대한 답으로 다양한 유형의 빛-물질 상호작용(light-matter interaction)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빛을 파동의 관점에서 단순히 빛이 매질로서의 물질 내에서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한 특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물질 내, 혹은 물질 간 계면에서의 거동 특성으로는 굴절, 반사, 회절, 흡수 등등이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빛의 진행 속도와 방향, 세기 등은 전자기학의 기본 법칙인 4개의 맥스웰 방정식으로부터 유도할 수 있는데, 맥스웰 방정식 간 적절한 대입과 치환을 거치면 놀랍게도 공학수학에서 배우는 파동방정식 꼴의 식이 도출됩니다. 이러한 파동방정식의 해가 바로 전자기파, 즉 빛의 거동에 관한 것으로서 전자기 방정식을 구성하는 물질의 유전 상수, 투자율, 전기 전도도 등의 값이 매질 내, 혹은 매질 간 빛의 진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배우면 여러분은 아마 ‘모든 전도성 금속은 왜 불투명하지?’, ‘스넬의 법칙은 어떻게 성립하지?’와 같은 평소 의문을 가질만한 여러 광학적 성질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7. 맥스웰 방정식으로부터의 빛의 일반화된 파동방정식 유도 과정

빛의 이중성 이론에 따르면 빛 또한 관점에 따라 광자라는 입자로 취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빛과 물질 사이의 에너지 교환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광양자설 및 광전 효과에 따라 전자를 특정 에너지 준위로 들뜨게 하거나 완전히 방출되게끔 하기 위해 특정 문턱 진동수 이상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아실 것입니다. 특히 띠 구조를 가진 고체 결정상의 재료들은 다양한 파장의 빛 자극에 대해 진동수 조건을 만족하는 빛을 주로 흡수하여 전자를 들뜬 상태로 여기(excite)시켰다가 빛을 방출하며 다시 바닥상태로 안정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 고체의 에너지 준위 및 전자의 상태밀도 분포에 의해 흡수 및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파장 의존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이와 같이 고체 재료의 빛 자극에 의한 다양한 반응에 관여하는 여러 메커니즘을 정성적, 정량적으로 살펴보고 궁극적으로는 그 결과로 발생하는 스펙트럼의 형성 원리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앞의 1.2.3에서 언급한 전자의 상태밀도 등 개념과 free carrier absorption이라 칭해지는 에너지 띠 간 전이 현상의 여러 경향들, 바닥상태로 안정화 시 발생하는 재결합 등에 관해 배우며, 심화 개념으로 전자기 파장에 의한 속박 전하의 공명 현상을 양자화한 개념인 plasmon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개념들을 배움으로써 여러분들은 재료공학도로서 물질이 빛에 대해 어떠한 반응성을 보일 수 있는지 추정할 수 있으며, 분광학에 기반한 여러 광학적 재료 분석 기법에 대한 이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8. 다양한 재료의 광자 에너지에 따른 방출 및 흡수 스펙트럼 예시

 


1.2.5. 자기적 성질

  • Keyword : 강자성(Ferromagnetic), 상자성(Paramagnetic), 반자성(Diamagnetic)

자기적 성질(강자성, 상자성, 반자성) 또한 자기장에 의한 전자의 움직임, 또는 전자의 고유 스핀 등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적 성질만큼 전자의 파동성 및 양자통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으나, 본 수업에서는 각 성질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간단히 다루는 수준으로 마무리합니다.

일반적인 물질의 경우 ‘반자성’을 띱니다. 반자성의 경우 원자의 자기 모멘트의 원천을 고전적인 전자의 궤도운동으로 바라봄으로써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정 방향으로 외부 자기장이 가해지면 이 자기장에 의해 전자가 추가적인 로렌츠 힘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서 전자의 운동 궤도가 바뀌어 원자의 자기 모멘트 값이 변화합니다. 이때 값이 변화하는 방향이 외부 자기장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계산되므로 반자성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부 자기장의 방향으로 배열되는 상자성과 강자성은 어떠한 원리로 가능한 것일까요? 반자성이 전자의 궤도 운동에 의한 원자 자기 모멘트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면, 상자성과 강자성은 전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스핀에 의한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스핀은 전자가 자전하는 것과 같이 전자가 스스로 발생시키는 자기 모멘트로 생각할 수 있는데, 외부 자기장이 스핀의 배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정량적인 유도는 자기장 속 자기 모멘트 배향에 의한 퍼텐셜과 닫힌계에서의 정준 앙상블(canonical ensemble)을 도입하여 할 수 있습니다. (정준 앙상블에 대해서는 2학년 전공필수 과목인 ‘현대재료물리화학(구 재료물리화학 2)에서 다룹니다.) 강자성은 상자성과 달리 외부 자기장이 사라지더라도 내부 자기 모멘트 배열을 장시간 유지하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구(magnetic domain)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추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위에 적은 바와 같이 전자가 만들어내는 궤도 및 스핀 자기 모멘트를 토대로 물질별로 자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간략히 접할 수 있습니다.

 


2. 선배의 조언

단언컨대 ‘재료의 전자기적 성질’은 대부분의 재료공학부 학부생들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전공필수 과목이며, 그 이유로 다량의 수식 전개, 양자역학적 개념의 모호함, 본인의 희망 진로 분야와의 연관성 낮음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물질의 이중성 및 슈뢰딩거 방정식의 의미 및 기초적인 풀이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있다면 이 과목 내의 그 어떤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과목을 수강하기 전에 반드시 이 과목의 필수 선이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는 ‘재료현대물리’ 수업에 대한 적정 수준의 복습 및 복기를 할 것을 매우 권장드립니다. (물론 상대성 이론 등의 내용을 포함한 모든 부분을 일일이 다 다시 볼 필요는 없고 적어도 전자기적 성질의 내용과 관련 있는 양자역학 관련 부분만 살펴보시면 됩니다.)

수업에서 굉장히 많은 개념과 공식들을 다루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맥스웰 파동방정식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념이 슈뢰딩거 방정식 및 기초 양자통계 이론에 모두 기반하므로, 계산의 전개 과정이나 인용하는 수식, 원리 등이 상당히 유사합니다. 따라서, 자유 전자 모델 및 에너지 띠 이론 등의 전반부 전자 에너지 관련 개념에 익숙해지면 후반부 내용은 보다 수월하게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제 기억에 따르면 특히 전자, 포논 등의 입자에 대한 에너지 상태밀도(DOS)를 구하고, 양자통계 공식과 결합하는 형태의 공식 및 유도과정이 많이 나왔으니 주의깊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고체의 에너지 구조나 재료의 전기적 성질에 관한 내용 중에서는 가장 간단한 자유 전자의 운동 모델에서 도출되는 포물선 형태의 에너지 도표로부터 유도되거나 변형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자유 전자 모델 자체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한 상태인지 먼저 점검해보고 추가적인 내용으로 본인의 진도를 넘어가는 것을 권장합니다.

과제나 시험을 준비하는 방식은 교수님별로 굉장히 상이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3. 진로 선택에 도움되는 점

재료의 물성 자체와 그 원리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니만큼, 특정 분야(고분자 합성 등...)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분야의 이해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재료공학부에서 가장 많이 진출하는 반도체 관련 학계 및 산업에 관련된 이론적 지식들이 전부 이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기반으로 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종접합(heterojunction)으로 구성된 현재 대다수의 반도체 소자의 작동 경향을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띠 구조의 차이로 인한 장벽 발생 자체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이 과목을 수강하면서 이 장벽에 대한 내용과 그 크기에 따른 전류-전압 거동을 적절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과목에서 제공하는 내용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이를 추후 연구 등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반도체 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는 일종의 보증서를 발급받은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양자역학적 지식을 십분 활용하는 이 분야의 연구가 다소 재미없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려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러한 케이스를 상당히 많이 보기도 하였구요.)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나는 전자재료, 광재료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과목 수강을 단순히 소홀히 하는 것은 그리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이는 바로 연구에서 사용하는 재료 분석 기법에 따라 재료의 전기적, 자기적, 광학적 성질이 비중 있게 응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일반적인 재료 분석은 각 재료가 어떠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료 내 전자의 에너지 상태 분포에 대한 배경지식이 요구됩니다. 특히, 여러 에너지 자극에 대한 광 스펙트럼에 대한 분석 능력이 반 필수적인 분야에서는 ‘광학적 성질’ 챕터에서 소개한 free carrier absorption 현상에 대한 이해와 스펙트럼 분석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본인의 연구 분야에서 이러한 고체 재료 분석 관련 내용을 불가피하게 다룰 것으로 생각된다면 그런 분들 역시 이 과목의 내용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4. 맺음말

‘어려운 만큼 많은 가르침을 주는 과목’이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과목입니다. 특히, 현대물리에서 배웠던 모호한 양자 개념들이 실제 재료 물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재료상변태‘ 과목과 더불어 재료공학부 커리큘럼의 정수를 담당하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전공필수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재료공학부 학생이라면 피할 수 없이 반드시 들어야하는 과목이니 이왕 듣는 거 이 과목의 중요성과 의의를 유념하며 최선을 다해 이해해보려 해보세요. 이 과목 수강이 끝난 이후 여러분의 학업 능력과 배경 지식은 큰 수준으로 향상되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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