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공학부 : 재료상변태
안녕하세요, 공우 14기 재료공학부 이수용입니다. 재료공학 분야에서의 진로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요, 여러분들이 후에 어떠한 재료를 연구하고 싶을지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어떠한 종류의 재료를 개발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기에 앞서, 재료공학도로서 여러분들은 일반적인 재료들이 어떠한 특성을 갖고, 그 특성이 무엇으로부터 나오고, 그리고 어떻게 그러한 요소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재료상변태’ 과목 또한 금속의 경우를 중심으로 재료의 미세구조가 어떠한 원리로 만들어지며 이로 인해 어떠한 물성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러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떠한 공정이 동반되는지를 폭넓게 다루는 과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과목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1.1 과목의 전반적인 개요
재료상변태는 재료공학부 커리큘럼 상 3학년 2학기에 수강이 권장되는 이론강의 방식의 전공필수 과목입니다. 재료의 미세구조와 이것이 형성되는 메커니즘, 그리고 물성 간의 다각적인 상호 연관관계를 다루는 과목이기 때문에 재료역학과 기계적 성질, 열역학과 이동현상에 대한 지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과목입니다. 따라서 이전 학기에 배정된 재료공학부의 (현대물리, 유기화학 계열 제외) 거의 모든 전공과목 개념에 대한 숙련도가 요구되는데, 다만 수업에 필요한 개념은 대개 교수님들께서 충분한 정도의 review를 해주시기 때문에 너무 우려하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본 과목은 Porter 저 “Phase Transformation in Metals and Alloys”의 순서를 따라서 진행되며, 크게 전반부(Ch. 1, 2, 3)와 후반부(Ch. 4, 5, 6)으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재료의 미세구조 형성에 기여하는 여러 보편적인 기초원리를 설명하며, 후반부는 이러한 원리가 실제 재료 내 결정립 성장 및 상전이의 발생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룹니다.
세부 목차는 아래와 같으며, 이에 따라 간단히 이 과목에서 어떠한 내용을 배우는지 아래에서 간단히 살펴봅시다.
Chapter 1. Thermodynamics and Phase Diagrams
Chapter 2. Diffusion
Chapter 3. Crystal Interfaces and Microstructure
Chapter 4. Solidification
Chapter 5. Diffusional Transformations in Solids
Chapter 6. Diffusionless Martensitic Transformations
1.2 키워드 별 개념 설명
Chapter 1. Thermodynamics and Phase Diagrams
‘상변태’의 양상에 대해 학습하기 전에, 먼저 '상’이 무엇이며,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들은 얼음-물-수증기와 같이 물질의 상이 온도나 압력에 따라 고체-액체-기체와 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소가 복잡하게 혼합되어 있거나, 일상적인 것과 거리가 먼 극한의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는 같은 고체라 하더라도 내부 원자 간 결합 구조나 단위결정의 배열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도 각기 다른 ‘상’으로서 고려할 수 있으며, 즉 재료공학에서 상(phase)이란 미세구조의 구성에 따라 물성이 달라짐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각각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정 압력이나 온도, 조성 하에서 물질의 상은 어떻게 결정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각 조건에서 가장 화학적으로 안정한 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 열역학적 퍼텐셜 함수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재료공학에서의 대다수 공정은 압력이 고정된 환경을 조성하므로 깁스 자유에너지(G)를 사용하며, 그에 따라 엔탈피(H)와 엔트로피(S) 개념을 적절히 도입하게 됩니다. 특히, 합금과 같은 다원소 계의 상을 조사하기 위해서 두 원소가 미세구조 내에서 섞임에 따라 엔탈피, 엔트로피, 깁스에너지 등 열역학 함수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이 이 단원의 주된 목표 중 하나입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혼합에 따라 결합에너지의 총량과 미세구조의 통계적인 상태수가 동시에 변화하므로 아래 식과 같이 엔트로피, 엔탈피에 추가적인 항이 더해지게 됩니다.
특정 조건 하에서 깁스에너지의 상호 비교로 안정한 상이 무엇일지 판단할 수 있으나, 매번 수식 계산이나 시뮬레이션, 실제 실험을 수행하여 안정한 상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겠죠? 그래서 공학자들은 이전의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온도, 압력, 조성 조건에 따른 안정상의 데이터를 표 형태로 정리하였는데, 이것이 Phase diagram(상태도)입니다. Phase diagram은 어떤 조건에서 상의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에 맞게 해당 단원에서는 이 diagram의 형태와 조건에 따른 열역학적 퍼텐셜의 변화를 연관지어 공부하고, 특정 조건에서의 미세구조를 추측하고 상전이 조건을 확인하는 등 diagram을 분석하여 어떠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배웁니다.
- 본 STEMentor 사이트 내의 연재글 중 열역학적 퍼텐셜 및 상태도에 대한 포스트가 있으니, 기초부터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은 해당 글의 내용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https://stementor.tistory.com/category/정기연재 - 재료공학/[재료 열역학] Phase Diagram의 비밀}
Chapter 2. Diffusion
앞의 Ch. 1에서는 열역학적 퍼텐셜함수와 도표에 기반하여 안정상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개념은 ‘최종적으로‘ 어떠한 미세구조가 나타날지는 알려주지만, 조건 변화에 따라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원자간 배열 및 결합구조에 변형이 발생하는 지는 전혀 말해주지 않습니다. 상변태의 중간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 경과에 따라 구조를 이루는 개개의 원자가 어떠한 경로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며, 이를 좌우하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합니다. 즉, 기존의 조성, 온도, 압력 등의 여건 외에 시간(t) 변수를 추가로 고려하여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세부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을 열역학(dynamics)과 구분하여 kinetics라고 합니다.
이 단원에서 다루는 diffusion, 즉 확산 현상은 물질의 이동현상을 기술하는 모델로서 kinetics의 알파이자 오메가와 같은 내용입니다. 합금 등의 고용체(solid solution)의 내부에서 확산 현상의 구동력은 정확히는 화학퍼텐셜의 기울기라 할 수 있지만, 모델의 간소화를 위해 농도구배에 따라 확산 현상을 기술하는 Fick의 법칙을 인용합니다. 구체적으로 Fick의 1법칙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의 flux(흐름량)가 농도구배와 가지는 상관관계를 나타내며, 2법칙은 flux가 시변할 때 고용체 내 solute의 농도가 시간, 위치변수에 대해 어떠한 관계식을 따르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단원에서는 Fick의 법칙에 사용되는 비례계수인 ‘확산도‘(diffusivity)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이 법칙들을 고용체 내 원자가 일으키는 확산현상에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용체 내 확산 유형은 matrix 대비 solute 원자의 크기비에 따라 interstitial과 substitutional로 나눌 수 있습니다. Interstitial은 탄소와 같이 작은 입자들이 금속 matrix 원자의 사이사이로 끼어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substitutional은 matrix와 비슷한 크기의 원자가 matrix 금속 원자의 자리를 대체하며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Matrix 원자의 위치나 움직임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interstitial case와 달리, substitutional은 matrix 원자와 vacancy(공공)의 움직임을 동반하여야 하므로, Fick의 법칙을 적용할 때, 실질적은 flux 양의 고려하여 diffusivity 등을 달리 고려할 필요가 발생합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상황에서 유효한 확산식은 무엇이며, 원자 확산에 따른 상변화 과정에서 상 계면(interphase interface)의 이동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 폭넓게 접할 수 있는 단원입니다.
Chapter 3. Crystal Interface and Microstructure
1단원에서 특정 조건과 조성 하에서 계산되는 열역학 퍼텐셜에 의해 안정상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다 하였습니다. 실제로 상태도를 보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조건에서 어떠한 상들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분율과 조성이 어떻게 되는지 각각 알 수 있지만, 이것으로부터 내부의 결정 구조가 정확히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놀랍게도 상의 안정성은 원자 규모의 결합 구조에 따라서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재료의 미세구조는 랜덤하지 않고 특정 조건 하에서 하나의 형태로 굉장히 균일하게 나타날 수 있게 됩니다. 3단원은 이러한 미세구조의 형성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열역학적 퍼텐셜에서 다루지 못한 또다른 에너지를 도입하여 결정 내 원자의 결합양상에 따른 안정성에 대해 논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단원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개념은 Interface energy, 즉 계면 에너지입니다. 이때 ‘계면’은 다른 물질간의 경계부터, 동일 물질의 다른 상 간의 계면(ex. 물과 얼음의 경계), 심지어는 하나의 상 내에서 결정의 배향이 달라짐에 따라 발생하는 grain boundary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질적인 구조가 서로 접할 때 그 계면에서 각각이 이루는 결합의 규칙성이 깨지고 이로 인해 마찰응력과 변형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계면은 화학적, 역학적으로 모두 ‘불안정’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계면이 생김으로 인해 전체 구조에 추가적인 잉여에너지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데, 이를 정량화한 값이 바로 ‘계면에너지’입니다.
‘가장 에너지가 낮은 것이 안정한 것’이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혼합계의 미세구조는 이러한 계면에너지까지 모두 고려하여 저절로 총에너지가 가장 낮게 나타날 수 있는 형태로 형성됩니다. 특히, 상변태의 초기 과정에서 핵(nuclei)로부터 해당상의 결정립이 발생하고 성장하여야 하는데, 각 결정립의 크기가 클수록 부피 대비 boundary의 비중은 감소하므로 계면에너지의 감소를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결정립의 크기는 성장에 따른 전체 interface energy와 dislocation 등의 defect 밀도 변화에 따른 안정화 효과와 성장 저항 요인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결정되며, 각 요인에 따른 결정립 성장의 경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 단원에서 자세히 배우게 됩니다. 또한, boundary의 면적당 에너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coherency’라는 것이 있는데, 계면에서의 결합의 정합도를 의미합니다. Coherency는 동일 모상(parent phase)에 있더라도 결정의 형태나 배향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결정립의 성장과 미세구조 형성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최종적으로 이 단원에서는 이렇게 미세구조의 형성과 관련된 여러 요인을 고려하였을 때 결정립 성장과 상변태가 어떠한 동적 메커니즘을 따르는지 구체적으로 논하며, 이때 앞서 다룬 diffusion에 관계된 내용을 다시 가져오기도 합니다.
- Dynamics부터 kinetics와 interface mechanics에 이르기까지,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많은 개념과 수식을 다루지만 놀랍게도 이제서야 상변태 현상을 다루기 위한 이론적 기초를 모두 학습한 것 뿐입니다. (제가 수강한 모 교수님 수업 기준, 여기까지가 ‘중간고사‘ 범위로, ppt 약 800페이지 분량입니다.) 심지어 전공백서는 약술형이므로 실제 개념의 양은 여기서 제시한 것보다 무척이나 세부적이고 방대하다는 것,
Chapter 4. Solidification
4단원에서는 액체상 내에서 고체 결정이 발생하는 응고 방식의 상변태 현상을 먼저 다룹니다. 앞선 3개의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종합하여 응고 시 결정 형성 및 성장방식에 관여되는 수많은 개념들을 배우는 단원으로, 핵 생성부터 결정립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적용될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이론을 포함합니다. 앞에서 배운 열역학 퍼텐셜과 kinetics, interface와 microstructure에 대한 내용이 상변태 현상의 이해에 어떻게 응용되는지 간단히만 소개드리겠습니다.
우선, 고체상으로의 상전이 현상이 발생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일어나야 하는 것이 바로 상 형성의 출발점이 되는 핵(nuclei)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특정 수의 원자가 응집해있는 구조를 cluster라 하는데, 이 cluster가 더 큰 크기의 결정으로 성장하는 것이 에너지적으로 안정할 때 비로소 유효한 핵으로 간주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성장의 구동력이 되는 에너지 조건은 cluster의 크기나 형성 환경에 따라 그 수식이 달라지므로 nucleation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앞서 배운 열역학 퍼텐셜이나 계면에너지 등을 좀 더 심층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고, 이 단원의 초반부에서 이에 관한 내용을 다루게 됩니다.
핵으로부터의 결정 성장이 개시되는 조건이 만족되면, 새로운 상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이 상이 어떠한 모습으로 자라날지에 관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고체상의 결정은 평활한 평면 형태나, 모든 방면으로 고르게 자라는 구형, 혹은 흔히 ‘dendrite’라고 부르는 돌기형 등 다양한 형상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 형태의 주요한 결정 요건으로 모상 액체의 온도 분포 등의 주위 환경에 따른 계면의 안정성을 따질 수 있는데, 앞서 배운 interface mechanics와 열역학 퍼텐셜, 확산의 주요 개념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여 여러 가지 결정의 morphology가 형성되는 원리를 논할 수 있습니다.
한편, 고체상의 물성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미세구조 내 결정의 형태 외에도 matrix내 불순물, 혹은 용질 물질(solute)이 어떠한 농도로 분포하고 있는지도 있습니다. 이상적인 경우에는 상변태 과정에서 고체와 액체의 농도는 균일하게 나타나며, 그 농도는 열역학 상태도에서 예상되는 경로 곡선을 그대로 따라갈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1) 응고 진행에 따른 고체 내의 용질의 재분배와 2) 액체 내의 확산이 즉각적으로 발생하여 농도의 평활화가 매우 빠르게 발생하여야 하나, 실제 상변태 현상, 특히 급속 냉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가정이 통용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고체 내 용질의 재분배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액체 내 용질의 확산이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보다 real-world에 가까운 조건에서 응고 진행에 따른 용질 분포가 어떻게 나타나는 지 배우고, 이것이 다시 미세구조의 형상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앞선 2단원에서 배운 확산과 kinetics에 대한 개념을 적용하여 시간 경과에 따른 응고 결정의 성장속도나 용질 농도분포의 시변(time-varying) 경향성을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이 단원에 배운 내용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말 많은 예시가 있지만, 가장 특징적인 예시는 eutectic 상의 형성일 것입니다. (저학년 분들을 위해 : Eutectic이란 두 개 이상의 성분이 섞여있는 혼합 액상이 특정 온도와 조성 조건에 도달할 때 동시의 두 개의 분리된 고체상이 형성되는 것을 말합니다.) ‘재료열역학‘을 수강한다면, 이 eutectic 상태에서 두 개의 고체상이 얇은 층 형태로 번갈아 나타나는, 소위 ‘Lamellar structure’ 형태로 나타남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상변태 과목을 접하기 전에는 이것이 그저 우연히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단원을 배운 후에는 이러한 형상이 상 분리에 따른 액체 내 용질의 확산 및 재분배와 상 간 게면에너지 효과를 적절히 고려하여 퍼텐셜적으로 가장 안정한 최적의 형상이 ‘필연적으로’ 선택된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평소 궁금했던 의문점 하나가 말끔히 해소된 듯한 상쾌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Chapter 5. Diffusional Transformations in Solids
5단원은 액체상의 모상이 아닌 고체 상 내에서 또 다른 고체상의 핵이 생성되고 성장함으로써 발생하는 상변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행으로, 모상에 관계없이 핵 생성부터 결정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하는 물리화학적 수식은 4단원에서 배운 내용과 거의 유사합니다. 단, 원자 간 결합력 자체가 무시할만큼 작은 액체상과 달리, 고체상에서는 모든 원자가 규격화된 결합 형태로 강하게 묶여 있음으로 인해, 새로운 상이 생겨나면서 계면 근방의 결합에 발생하는 변형과 왜곡을 추가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5단원은 이러한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하여 nucleation과 growth를 에너지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며, 확산 현상에 기반하여 precipitate로부터 결정이 성장하는 두 가지 메커니즘(thickening, lengthening)을 소개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4단원과 상당히 비슷한 결을 가지고 진행됩니다.
5단원만의 독특함은 4단원에 비해 kinetic mechanism을 더욱 강조하는 데에 있습니다. 즉, 이전의 내용들보다 그 과정이 얼마나 빨리, 어떠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지 또한 주된 고려요소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개념이 두 가지가 있는데, TTT(Time-Temperature-Transformation) diagram과 Johnson-Mehl-Avrami(JMA) equation이 바로 그것입니다. TTT diagram은 특정 조성 하에서 시간에 따른 온도 변화의 궤적에 대해 어떠한 미세구조, 혹은 상이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도표입니다. 조건에 따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을 보여준다는 것은 열역학적 상태도와 유사하나, 상태도가 보여주지 못하는 시간 변수에 대한 의존성을 보여준다는 데에서 차별점을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시간 변수가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주어진 반응시간에 따라 상변태 과정에서 원자의 확산이 일어날 수 있는 최대 거리가 달라진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변태 과정에서 냉각 속도가 빠를수록 상변태에서 확산 거리 및 확산 현상의 중요도가 급감하는데, 그에 따라 형성되는 결정구조나 상변태의 주요 메커니즘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TTT diagram은 바로 이러한 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JMA equation은 다양한 상변태 유형에 대해 시간에 따른 변태상의 비율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수식적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때 핵 생성비율과 성장속도 등이 주된 변수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5단원의 내용도 정말 방대한 데, 이 두 개념은 이전에 언급된 내용과 별개로 이 부분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상당히 중요하므로 잘 익혀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원의 후반부에서는 Age-Hardening이라는 강화공정을 중심으로 재료 내의 grain 및 interface의 분포를 조율하는 열처리 방식의 원리와 설계에 대해 공부합니다. 이 부분에서 강화방법으로 제시하는 입자의 조대화를 위해 계면에너지나 impurity 농도, 확산계수 등의 control이 필요한 이유를 어느 정도 스스로 추론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아마 이 과목을 매우 잘 이해하고 계신 것일 겁니다.
Chapter 6. Diffusionless Martensitic Transformations
앞선 4, 5단원에서 다룬 상변태 과정은 solute 원자가 원거리로 자발적으로 확산하여 움직임에 의해 주도되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5단원의 TTT diagram 관련 내용에서 언급했듯이, 온도를 급격히 감소시킨다면 원자가 직접 확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마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냉각 속도를 극단적으로 빠르게 한다면 원자의 확산 가능 거리가 격자 상수 미만의 길이로 줄어들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원자가 단독으로 다른 site로 옮겨가는 것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화학퍼텐셜 차이에 따른 확산이 아니라 물리적인 힘에 의한 격자 변형이 상변태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시로 하단의 그림과 같이, 원자가 규칙적인 순서와 위치로 연속적으로 적층되어 있는 구조에서 어느 한 층을 한 칸씩 밀어버리면 dislocation 등 결함 발생과 함께 배열 구조가 변화하게 됩니다. 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양상으로 발생하는 원자들의 격자 상수 내 집단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변태를 통칭 “마르텐사이트 변형(Martensitic transformation)”이라 합니다. 높은 강도 등으로 기계적 물성의 응용 가치가 높아 의도적으로 마르텐사이트 변형을 일으키는 공정이 자주 사용되며, 단시간의 변형 메커니즘에 대해 많은 이론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Porter 저 교재에서도 매우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나 앞선 4, 5단원보다도 중심 내용 없이 독립적인 내용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고 있는 형태로, 요약해서 소개하기가 매우 힘들어 이 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5단원까지의 양이 이미 충분히 많아 대다수 교수님들은 다루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Martensitic transformation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책의 Ch. 6을 한 번 스스로 읽어보세요.
2. 선배의 조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료상변태 과목은 열역학과 이동현상에 더불어 재료의 기계적 물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내용에 기반한 심화내용을 다룹니다. 따라서, 재료물리화학, 열역학, 기계적 성질 등의 재료공학부 전공필수 커리큘럼을 충실히 따른 후에 이러한 과목에서 제공하는 지식이 머리에 남은 상태로 수강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 과목에서 유의미한 무언가를 얻어가고자 하는 분이라면 정규과정보다 일찍 당겨듣거나, 한참 후로 미뤄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추가로, 상술한 내용에서 이미 충분히 설명했듯, 열역학 퍼텐셜함수를 중심으로 한 dynamics 개념에 더불어 확산에 기반한 kinetics도 비중 높게 다루고 있는데, 전공선택과목 ‘재료이동현상론’에서 이에 관한 이론적인 내용을 폭넓게 다루므로 앞선 학기에 들어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편, 재료상변태 과목은 강의하시는 교수님별로 수업의 스타일 및 방향성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하고 매년 교수님 라인업이 조금씩 변화하기도 하므로 반드시 어떻게 공부해야한다라고 단언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의 응용을 중시하여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이 계신가하면, 반대급부로 이론적 지식을 정직하게 풀어나가시는 교수님도 계십니다. 따라서, 본인이 이 수업을 수강하는 목표나 상황을 고려하고, 이에 맞추어 다른 강의평이나 기수강자의 견해를 적절히 탐색하여 적합한 수업을 고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 스타일의 수업을 수강하였는데, 적당한 case study와 함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귀찮은 정도의 실습 및 문제풀이는 없었지만 그만큼 배우는 내용이 정말 많았기에 시험공부가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공부법을 가볍게 언급해보자면, 다른 전공과목이 그러하듯이 수식을 무작정 암기하기보다는 수식에 담긴 기반 원리를 잘 이해해보려고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수업 내용에 대해서 본인만의 스토리텔링을 해보거나 머릿속에서 가상의 모형으로 시각화해보는 것이죠. 수업에서 다루는 공식의 수가 매우 많으므로 하나하나 흐름을 연결하기가 힘들 때가 꽤 있지만, 그럴 때 그 공식이 도출된 맥락이나 중간과정을 뜯어보면 감이 잡히는 순간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확산과 관련된 대다수의 수식은 ‘계 전체의 양은 절대 변화하지 않는다.’라는 보존법칙과, 이로부터 나오는 ‘어느 한 곳에서 유출된 양은, 다른 곳에 유입된 양과 같다.’라는 간단한 명제에 기반을 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기본원리에 유의하며 공부를 하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 수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한 주제에 관련된 곁가지 개념들이 옴니버스식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저조차도 단순 암기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목의 특성에 따른 한계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진로 선택에 도움되는 점
재료상변태 과목은 물성(Propetry) - 구조(Structure) - 공정(Processing) 간의 연결고리를 이어줌으로써 이전에 배운 재료공학 지식을 ‘상변태’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에 종합하여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과목에 큰 중요성을 못 느끼는 이유는, 이 과목이 금속에서의 현상과 예시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재료를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본인 진로에서의 필요성을 잘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료상변태에서 다루는 내용은 단순히 금속뿐 아니라 세라믹과 전자재료의 상당부분까지 고체 결정형태로 형성 및 성장하는 대다수의 고형화(solidified)된 소재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 작은 경험을 소개해드리자면, 여름학기에 박막형 반도체 소자 관련하여 대학원 인턴활동을 하던 중 MIT 소속 한국인 교수님의 세미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해당 세미나 또한 박막형 반도체 소자의 개발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었는데, 가장 주된 과제로서 아주 작은 cell 안에 최대한 단결정에 가까운 형태의 전극과 절연층 박막을 증착하는 것을 언급하고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공정을 이해하고 이와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재료상변태’ 과목에서 제시하는 결정의 성장 및 미세구조의 형성 과정을 수준 높게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셨던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당시에 인턴을 하고 있던 랩의 미팅에서도 교수님께서 구조분석 및 결정학 지식에 기반한 공정설계에 중점을 둔 여러 연구 주제를 지도하시기도 하시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굉장히 많이 제공하셨던 터라 이러한 조언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전자재료 분야에서 전자물리 베이스만 탄탄히 마련되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 제게 열역학-상변태 계열 과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체감하게 해주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고 그 밑거름으로 이 과목에 열의를 가지고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여러분이 적어도 증착, 집적 등의 공정을 포함하는 주제로 연구활동을 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이러한 개념의 응용이 요구되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나랑은 관련없는 분야’라고 섣불리 단정짓지 말고, 재료공학의 정수와 그에 맞는 시각을 갖춰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 학습해보시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4. 맺음말
‘재료상변태’는 재료공학적인 시각으로 특정 물질 혹은 소재를 바라보고 연구하기 위해 필수적이면서 핵심적인 지식들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는 과목입니다. 여러분이 추후에 종사하게 될 연구분야가 재료상변태에 관련된 이론들과 얼마나 밀접히 맞닿아 있는지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야 간 협업과 교류, 공동연구가 점차 활성화되는 최근의 트렌드를 고려할 때 나중에 어떤 분야로 진출하든 이 과목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적어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목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깊이가 그리 깊지는 않지만, 재료공학 전 분야의 개념과 그 연관성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기 때문에 상당한 공부량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재료공학부의 3학년 2학기를 매우 버겁게 느끼게끔 하는 과목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미시적인 구조와 현상부터 거시적인 물성까지 총망라하여 이해할 수 있는 재료공학도로서의 소양을 함양하기를 원한다면, 방대한 지식의 쓰나미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 강의에 열의를 가지고 수강할 것을 매우 권장드립니다.
Reference
- 2023-2 "재료상변태" 강의자료 by prof. Eun-soo Park
- Porter, D. A., Easterling, K. E. (2009). Phase transformations in metals and alloys (revised reprint). CRC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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