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학생물공학부 재학중인 공우 15기 김재원입니다. 저는 화생공의 이후 커리큘럼의 뿌리와도 같은 중요한 과목인 물리화학에 대하여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모두에게 익숙한 과목이지만, 그만큼 정확히 무엇을 배우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번 기회에 조금 자세하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1. 과목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1.1 과목의 전반적인 개요
물리화학은 전필 과목으로, 크게 열역학에 대하여 배우는 물리화학1과, 전선 과목이며 크게 볼 때 반응 속도론에 대하여 학습하는 물리화학2 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비록 한 과목은 전공선택 과목이지만, 화생공 학부생으로서 3~4학년 때 배워야 하는 다른 전공필수 및 선택과목들에 대한 밑바탕이 되기에, 학부 교육과정의 전체 로드맵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과목입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들어가면, 물리화학1에서는 기본적인 열역학 개념, 용액의 성질, 화학 평형 등을 배우며, 물리화학2에서는 분자 운동, 반응 속도론, 반응 동력학, 고체 표면에서의 과정에 대하여 배우게 됩니다.
1.2 키워드 별 개념 설명
물리화학1은 열역학에 대하여 배운 후, 일반화학에서 배운 개념들을 열역학적으로 풀어내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1~3장에서는 이상 기체와 실제 기체에 대한 개념을 배운 후 열역학 제 1, 2, 3법칙을 배우는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이때 일반화학에서 배운 U(내부 에너지), H(엔탈피), S(엔트로피), G(깁스 자유 에너지)의 개념이 다시 등장하며, 이들 간 다양한 관계식에 대하여 심화해서 배우게 됩니다.
4장 및 5장에서는 상평형과 혼합물의 성질에 대하여 배웁니다. 증류나 상평형 등 일반화학에서 나온 개념을 토대로, 1~3장에서 배운 개념들을 응용하여 이러한 과정을 열역학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후 6장에서는 화학 평형에 대하여 학습합니다. 먼저 열역학적 평형 상수를 정의하고 식을 유도하며, 온도 및 압력이 평형에 주는 영향(van’t Hoff 식 등)을 열역학적으로 분석합니다. 6장 후반부에는 화학 전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깊게 들어가지는 않고 Nernst 식의 적용 및 전극 퍼텐셜에 대한 기본적인 응용만 언급됩니다.
여기까지의 범위가 물리화학1입니다. 해당 과목에서 배우게 되는 개념들을 아주 기초적으로 언급해 보았는데요, 아마 일반화학1 및 2 과목을 수강하셨다면 전부 한 번씩은 언급된 내용이라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물리화학1이 일반화학의 내용과 결을 달리하는 점은 결국 화학적 현상들을 열역학적으로 해석해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화학에서는 상평형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증기 압력을 온도에 대하여 도시한 상 경계 곡선(상도표)을 해석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Fig 1. 전형적인 형태의 액체-증기 상 경계 곡선
여기에 열역학적 개념을 도입하면 해당 상 경계선을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다음은 열역학의 기본식입니다. 해당 식이 각 상(이 경우 액체와 기체 상태)에 대하여 성립한다는 점을 활용하면 아래와 같이 상 경계선 상의 임의의 점에서 접선의 기울기를 나타내는 Clapeyron 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식에서 trs는 상 전이에서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이때, 액체-증기 경계에 대해서만 보면, 온도 T에서 증발 엔트로피는 Δ(vap)H/T이고, 기체의 몰부피는 액체일 때보다 훨씬 크므로 Δ(vap)V는 곧 기체의 몰 부피로 쓸 수 있습니다. 이를 Clapeyron 식에 적용하고, dp/p=dlnp임을 이용하면 아래와 같은 Clausius-Clapeyron 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이 식을 적분하면, 액체-증기 상 경계선 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p* 는 온도 T*에서의 증기 압력입니다).
이처럼 상평형의 열역학적 양상을 통해 액체-증기 경계선의 식을 직접 유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열역학적 해석’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두며 해당 과목을 공부하면 물리화학1이 어떤 과목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조금 더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범위는 물리화학2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일반적으로 Atkins 교재 중간에 나오는 양자론, 군론, 분광법, 통계 열역학 등은 물리화학이 아닌 다른 전공선택 과목(양자역학의 기초, 분석화학, 무기 및 재료화학 등)에서 다루기에 건너뛰고, 13장인 분자들의 운동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물리화학1에서 열역학이 중심에 있었듯, 물리화학2에서는 반응 속도론을 중심으로 합니다.
13장에서는 액체 속에서의 분자 운동 및 확산에 대하여 공부합니다. 특히 확산의 경우 확산식을 이해하고, 통계 역학적 관점에서의 확산의 메커니즘을 간단하게 알아봅니다.
다음(14장)으로는 반응 속도론에 대하여 배우는데, 물리화학2 과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파트이기도 합니다. Rate law(first-order, second-order), Arrhenius 식, 반응 메커니즘, 효소에서의 반응 속도론(Michaelis-Menten Equation)에 대하여 배웁니다. 특히 다양한 경우의 반응 메커니즘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분자의 충돌을 통해 unimolecular reaction이 왜 1차 반응식을 나타내는지 설명하는 Lindemann-Hinshelwood mechanism, 축합 중합 반응과 사슬 중합 반응에서의 메커니즘, 기질과 효소의 반응을 설명하는 Michaelis-Menten mechanism 등 다양한 반응 메커니즘을 배우고 응용하게 됩니다. 이 단원은 개념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문제로 자주 출제되고 또 반응공학 등 이후의 과목들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파트이므로 중요성이 높습니다.
물리화학2의 후반부에서는 반응 동력학와 고체 표면에서의 과정에 대하여 공부합니다. 이 파트는 일반화학에서 배우지 않은 부분으로,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15장에서는 충돌 이론과 충돌 동력학, 확산 지배 반응(활성화 에너지가 작아 확산 속도에 의해 반응 속도가 결정되는 반응), 전이 상태 이론에 대하여 공부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므로, 조금 더 상세하게 해당 부분에 대하여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충돌 이론에서는, 기체의 2분자도(bimolecular) 반응에서 분자들이 충돌할 때 최소 에너지 조건을 만족하고, 충돌 시 배향을 고려한 입체 조건을 만족하며, 반응속도상수가 충돌 빈도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반응 속도 상수를 정의합니다. 여기서 더 발전한 개념이 전이 상태 이론 (Transition State Theory) 입니다. 이 이론에서는 두 분자 A와 B가 반응하여 활성화물(activated complex)이 형성되고, 활성화물이 형성되는 이 반응은 빠르게 진행되어 pre-equilibrium(사전 평형) 상태를 이룬다고 가정합니다. 또한 활성화물이 진동 운동을 하여 결합을 끊거나 변화시켜 생성물이 형성된다는 가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평형 상수의 식을 정리하여 활성화물 형성 반응의 평형 상수로 반응 속도 상수를 나타내는 Eyring 식을 구하게 됩니다. 사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Eyring 식보다도, 반응물과 활성화물 사이의 평형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활성화 과정을 열역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를 통해 활성화 Gibbs 에너지 및 활성화 엔탈피와 엔트로피를 정의할 수 있으며, 활성화 Gibbs 에너지로 반응 속도 상수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Fig 2. a에서 b로 가는 경우 활성화 Gibb 에너지가 감소하고 표준 반응 Gibb 에너지는 증가한다.
만약 lnK(표준 반응 Gibbs 에너지의 절댓값과 비례)를 lnk(활성화 Gibbs 에너지와 비례)에 대하여 도시하면, 일반적인 반응에서는 Fig 1의 오른쪽 위 그래프처럼 선형의 관계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즉, 표준 반응 Gibbs 에너지(의 절댓값)가 증가하면 활성화 Gibbs 에너지는 감소하는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만약 반응이 열역학적으로 더 용이해진다면 속도 상수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열역학과 반응 속도론에서의 상관성을 지금까지 배운 개념들을 토대로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 유의미하게 다가옵니다.
물리화학 2에서는 마지막으로 고체 표면에서의 과정에 대하여 공부합니다. 고체 표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과정들과 예시를 소개하고, 흡착과 탈착 과정에 대하여 학습합니다. 기체가 고체에 흡착될 때, 흡착된 분자와 흡착되지 않은 분자 사이에 동적 평형이 이루어지고, 주어진 온도에서 fractional coverage(표면의 덮임율)가 압력에 의존함을 나타내는 식을 adsorption isotherm이라고 합니다. 이 장에서 중요한 개념은 이러한 Adsorption Isotherm(Langmuir isotherm, BET isotherm 등)에 대하여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체 표면이 촉매로 작용하는heterogeneous catalysis를 설명하는 Langmuir-Hinshelwood mechanism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후, 마지막으로 고체 표면과 전극 표면에서의 과정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학습하며 과목이 마무리됩니다.
2. 선배의 조언
물리화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개념 공부와 문제 연습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로, 수많은 식이 등장하는 과목이기에, 각 식의 유도 과정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특히 식의 물리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식이 어떤 물리적 의미를 가지는지 아는 것은 식의 유도 과정을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되며, 이후 문제를 풀 때에도 특정 문제가 어떤 물리적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 상황에 맞는 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따라서 수많은 식을 전부 외우려고 하기보다는, 유도 과정을 알고 문제에서 직접 사용해보며 자연스럽게 익히면, 자연스럽게 식 또한 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다양한 문제를 접해봐야 합니다. 화생공의 몇몇 전공과목은 문제에서의 응용보다는 확실한 암기가 중요시되는 경우가 있지만, 물리화학의 경우 암기보다도 다양한 상황에서의 개념의 응용이 중요시됩니다. 예를 들어, 과목 초반부에 열역학적 개념을 배우고 expansion에 대한 문제들을 풀 때, 온도와 압력 조건(isothermal or adiabatic)이 어떠한지에 따라 식이 달라지므로, 문제의 상황을 잘 판단하고 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후에도 여러 특정 상황과 조건이 등장하기에, 문제를 통해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물리화학 시험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공식과 계산이 들어가므로, 실수하지 않고 차분하기 풀기 위해 여러 연습문제들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업 시 나온 예제들, 과제 문제들, 그리고 Atkins 교과서 내 연습문제들을 풀어보면 충분히 연습할 수 있을 겁니다.
추가로 당부하고 싶은 부분으로, 물리화학2의 경우 전공선택 과목이기에 물리화학1이 어려웠다면 이 과목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알아두셔야 할 것은, 1과 2에서 배우는 내용이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물리화학 1에서 열역학 등의 거시적인 개념이 주를 이룬다면, 물리화학 2에서는 반응속도론에 대한 개념들이 주를 이룹니다. 따라서 물화1이 어려우셨더라도 물화2를 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이 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이 앞으로도 반응공학 등의 3학년 전공필수 과목이나 기타 여러 전공선택 과목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기 때문에 되도록 2학년 2학기에 물리화학2까지 끝마치고 3학년으로 넘어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진로 선택에 도움되는 점
물리화학은 앞으로 배우게 될 중요 화생공 과목(반응공학, 유체역학, 열 및 물질전달 등)의 근간이며, 어떤 연구 분야이든 물리화학적 개념이 사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중요도가 높습니다. 이 과목은 다른 보다 세부적인 분야들의 디딤돌 같은 과목이기에, 이 과목만으로 특정 진로나 산업을 언급하기는 어렵겠지만, 공정부터 합성까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진로를 선택하던 화생공 학부생으로서 도움이 되는 과목입니다.
4. 맺음말
비록 일부가 전공선택 과목이지만, 물리화학을 배우는 과정은 화학생물공학부 학부생에게 있어서 필수입니다. 여기서 배운 개념들이 앞으로 나올 여러 전공필수 및 선택과목에 등장하며, 모든 화학산업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열심히 공부하면 이후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길을 잃지 말고 모두 잘 따라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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