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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백서/화학생물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분자생물공학

by STEMSNU 2024. 2. 29.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당신을 당신으로서 있게 합니까? 

기원전부터 이어져온 이 유서 깊은 형이상학 난제에 맞서 쉽사리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분자생물공학을 수강할 저로서는 이보다 더 쉬운 문제가 없습니다. 

단돈 40만원으로 업체에 저의 유전체를 시퀀싱을 맡긴 뒤, 알아낸 염기서열을 파일로 전달해주기만 한다면 충분한 답이 될 테니까요. (물론 염기서열이 다는 아니지만요... 후성유전이라든지...) 

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것이 저의 진지한 대답입니다.

작디 작은 세포 속 DNA로부터 RNA, 단백질과 같은 분자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함께 합을 맞춰 수많은 기능들을 수행해내어, 그 결과물로 우리가 우리로서 있게 할 수 있는 형질이 탄생하는 과정을 알게 된다면, 

그때는 제 대답의 이유를 분명히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저를 이토록 매료시킨 분자생물공학 수업에 대해 알아봅시다!!


1. 과목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

1.1 유전체의 구성과 구조

    원핵생물, 진핵생물, 바이러스 등 여러 종 간 유전체의 길이와 구조, 유전자 수는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대장균은 원 형태의 4.6M 염기쌍의 DNA를 가지고, 여기에 4,500개 가량의 유전자를 저장합니다. 진핵생물인 인류의 DNA는 선 형태로 총 3.1B 염기쌍이며, 20,000개에 가까운 유전자를 가집니다. 한편 바이러스는 5K~169K 염기쌍까지 유전체의 길이가 다양하고 유전 정보가 DNA이기도, RNA이기도 하며 이중가닥이 아니라 단일가닥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어 매우 특이적인 형태로 유전 정보를 저장합니다. 

다양한 생명체의 유전체 크기: 포유류보다 양서류, 식물의 유전체가 더 크다.  출처: Wikipedia, genome size

    그렇다면 진핵생물 중에서는 가장 고등생물인 우리, 인류가 가장 DNA가 길고 염색체 수가 많을까요? 직관적으로 DNA가 길고 염색체 수가 많을수록 개체가 고등생물일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령 개과, 양서류, 식물 모두 인류보다 많은 염색체를 가집니다.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가지 주요한 이유는 진핵생물의 DNA 중 아주 일부만이 단백질로 변환되는 유전 정보를 담고 대부분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 유전체의 몇 %가 단백질로 번역되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오직 1.5%에 불과합니다. 해당 유전자 부위는 엑손(exon)으로 불리고, 엑손 사이사이에는 유전체의 28.5%를 차지하는 인트론(intron)으로 불리는 비번역 서열이 존재합니다. 나머지 70% 중 LINE/SINE 등으로 불리는 전위요소(transposon)가 무려 45%를 차지하고, telomere/centromere를 포함한 반복서열(repeat sequence)이 3% 정도를 차지합니다.  

인간 유전체의 구성: 엑손은 1.5%에 불과하고, 심지어 17%는 제대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출처: 레닌저의 생화학

    엑손을 제외한, 즉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부위들은 과거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했으나 지금은 상당 부분이 밝혀져 있고, 이것에 대해 수업시간에 배우게 됩니다. 사실 유전체의 많은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부분들이 정말 아무 역할도 없는 것인지, 우리가 아직 모르는 어떤 역할이 있는 것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현재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DNA의 길이는 세포 자체의 길이를 훨씬 상회합니다. 예를 들어 대장균의 DNA를 일자로 펴면 1.57mm로 대장균 자체 길이의 무려 800배에 달합니다. 이는 세포로 하여금 핵 내에 DNA를 보관하려면 고도의 응축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고도의 응축은, DNA 이중나선이 초나선(superhelix)의 삼차원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위상학적 긴장과 초나선 구조: 비틀림을 억지로 풀면 3차원의 꼬임이 발생한다. 출처: 레닌저의 생화학

    고무줄을 양손으로 잡고 편 상태에서, 한쪽 끝을 비틀게 되면 고무줄은 자연스럽게 꽈배기처럼 꼬여 뭉치게 됩니다. 이는 가닥으로 이루어진 물체가 회전 수가 달라져 위상학적인 긴장이 가해지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차원적으로 꼬인 구조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DNA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가장 안정된 형태의 DNA는 이중나선이 10.5염기쌍마다 한번 회전합니다. 그런데 만약 전사(transcription)나 복제 등 이중나선의 일부가 풀어지는 상황이 생기면 주변에 위상학적인 긴장이 가해지고 DNA가 꼬이게 됩니다. 긴장 상태를 풀어주려면 DNA 가닥을 절단한 뒤 다른 하나를 통과시키는 등 외부적인 조작이 필요하고, 이를 매개하는 효소가 DNA 회전효소(topoisomerase)입니다. DNA 회전효소가 꼬임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긴장을 유발하여 초나선 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DNA 회전효소: DNA  이중가닥의 회전수를 바꿔주는 단백질.  출처: 레닌저의 생화학

    DNA의 응축 구조에 중요한 또 다른 단백질은 히스톤 단백질(histone)로, 팔합체로 구성된 히스톤에 DNA가 감겨 뉴클레오좀(nucleosome)을 이루게 됩니다. 생명과학 책에서 볼 수 있는 30nm 응축구조나 우리가 염색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X가 형태의 구조는 DNA가 이러한 뉴클레오좀의 형태로 packaging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nuclear scaffold나 SMC 등 다양한 요소들이 염색체의 복잡한 3D 구조를 형성하게 만듭니다. 

뉴클레오좀: 히스톤 팔량체(청록색)가 DNA(파란색 선)에 의해 감긴 단위체.  출처: NIH- Histone

1.2 DNA, RNA, 단백질의 물질대사

    일반적으로 유전물질이라고 하면 떠올려지는 DNA는 유전정보를 담는 중요한 역할에 걸맞게, 매우 정적이고 변화에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물질대사 과정을 보면 실제로는 굉장히 변화무쌍합니다. 세포 분열 시마다 벌어지는 DNA 복제(replication)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한 DNA 손상에 대한 수리(repair), 특정 서열이 통째로 이동하거나 교환, 역전되게 만드는 재조합(recombination)이 이에 해당합니다. DNA 복제가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과정, 서로 다른 유형의 손상에 맞서는 복구 메커니즘, 감수분열이나 항체 형성 등 다양한 유전자 재조합 과정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흔히 RNA는 DNA부터 단백질로 이어지는 분자생물공학의 중심원리(central dogma)에서 중간체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이는 mRNA로 RNA의 역할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RNA는 번역 과정에 관여하는 tRNA, 리보솜을 구성하는 rRNA, 발현 정도를 조절하는 miRNA, 효소 활성을 지니는 ribozyme 등 매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RNA와 관련된 주요 물질대사 과정인 DNA-의존성 RNA 합성(전사), 진핵세포에서 볼 수 있는 RNA 가공, RNA-의존성 RNA/DNA 합성을 배우게 됩니다. 

    단백질의 생물학적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수업을 들으면 알게 되겠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수많은 메커니즘의 본질은 결국 단백질이라는 작디작은 분자 기계에 의한 것입니다. 실제로 세포 무게의 30%는 단백질 합성과 관련된 부품들입니다. 또한 단백질 합성은 세포의 전체 에너지 중 90%를 소모하고 진핵세포의 경우 단백질 합성 관여하는 생고분자가 300개가 넘을 정도로 복잡하고 중요한 과정입니다. 단백질의 물질대사에 관하여 유전암호와 코돈, 실제 합성과정인 번역 메커니즘, 그리고 합성된 단백질의 표적화와 분해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DNA, RNA, 단백질의 물질대사 과정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가지 이유는 우리가 물질대사 과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면 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을 제안하고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DNA의 위상학적 긴장을 조절하는 DNA 회전효소는 다양한 약물의 표적이 됩니다. 가령 novobiocin, coumermycin A1와 같은 약물은 ATP를 사용하는 DNA 회전효소에 ATP 대신 경쟁적으로 결합함으로써 훌륭한 항생 역할을 해냅니다. Camptothecin, irinotecan과 같은 항암제는 DNA 회전효소가 DNA 가닥을 절단한 뒤에 봉합하는 과정을 차단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Coumermycin A1과 Camptothecin : 저해성 약물들은 효소의 구조나 작용 기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명되었다. 출처: Wikipedia, physiological inhibitors

    또한 뒤에서 언급할 다양한 분자생물공학 기법들도 결국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동반되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연구 중 하나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로부터 나온 단백질에 등장하는 22개의 아미노산(20개 + selenocysteine, pyrrolysine)이 아닌, TAG 종결코돈이 아예 새로운 아미노산을 번역하도록 하는 세포주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물질대사 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류의 즐거운 상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3 유전자 발현의 조절

    앞서 DNA, RNA, 단백질의 물질대사를 배우며 central dogma의 밑그림을 완성시켰습니다. 한편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은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시간/공간적인 조건에 따라 단백질의 필요 양이 다르므로 세포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이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단백질의 합성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많은 과정이 관여함을 배웠고, 이 모든 과정들이 단백질 합성의 조절 단계로써 작용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이러한 유전자 발현 조절의 기본적 원리와 함께, 세균, 그리고 진핵세포의 발현 조절 기전에 대해 배웁니다. 

Trp  오페론의 발현조절: 트립토판이 충분하면 발현량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서, 박테리아에서 볼 수 있는 Trp 오페론(아미노산인 트립토판 생합성 관련 유전자가 모여 있는 부위)은 mRNA가 머리핀(hairpin) 구조를 형성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트립토판 합성을 조절합니다. Trp 오페론에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가 결합하면, mRNA가 합성하여 나오고 이어서 리보솜이 mRNA에 결합하여 아미노산을 합성합니다. 그런데 해당 mRNA의 1번 부위에 트립토판을 암호화하는 코돈이 존재합니다. 트립토판이 세포 내에 풍부하면 문제없이 리보솜이 번역을 진행하지만, 풍부하지 않으면 리보솜이 정지하게 됩니다. 만약 번역이 진행될 시 2번 부위가 번역을 진행하는 리보솜에 의해 가려져 3, 4번 부위끼리 짝이 지어지고, 정지할 시 2, 3번 부위끼리 짝이 지어집니다. 신기하게도, 3, 4번 부위가 짝지어져 만들어지는 3:4 hairpin mRNA 구조가 생겨나면 RNA 중합효소의 정지 신호로 작용하여 중합효소가 DNA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Trp 오페론의 발현이 차단됩니다. 결론적으로 이는 트립토판이 많을 때는 관련 생합성을 줄이고, 트립토판이 적을 때만 생합성되는 양을 늘려 세포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 이 파트가 저를 가장 매료되게 만든 파트입니다. 세포가 마치 자아가 있다는 듯이 어떤 유전자가 필요할 때만 활성화시키는 등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무수한 시간이 누적되어 탄생한 생명의 신비이자 우연에 불과하겠지만 말이죠… 

1.4 분자생물공학 기법

    앞서 배웠던 분자생물공학적 지식들을 토대로 발전해온 실험 및 분석 기법들을 배웁니다. 원하는 재조합 유전자 준비를 위한 클로닝(Cloning), CRISPR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DNA 증폭을 위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DNA의 화학적 합성, DNA 염기서열 분석(sequencing), 다중체학(multi-omics) 분석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서는 이중 하나인 염기서열 분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떤 생물의 유전체를 파악하려면 우선 DNA의 염기서열을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기존에는 DNA 연장을 ddNTP를 이용하여 종결시킨 후 겔 전기영동으로 사슬을 분리해내어 서열을 분석하였습니다. 이 방법을 사슬종결법(Chain Termination method), 그리고 발명자의 이름을 따서 Sanger 시퀀싱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긴 DNA 서열 여러 개를 시퀀싱하기 적합하지 않아 새로운 시퀀싱 방법들이 등장하였는데, 이것들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 Next-generation sequencing(NGS)로 통칭합니다. 

Roche 454: dNTP 연장 시 발생하는  피로인산을 이용한다.  출처: 레닌저의 생화학

    첫번째 NGS는 Pyrosequencing(Roche 454)으로, DNA 연장 시 발생하는 피로인산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분석하고자 하는 DNA 단일가닥들을 격자(microarray)에 고정시키고, 시간별로 dATP, dGTP, dTTP, dCTP를 주입시켜 상보적인 가닥을 연장시킵니다. 예를 들어 고정시킨 DNA 가닥의 다음 염기가 C라면, 이와 상보적인 dGTP를 주입할 때 상보가닥이 연장되고, 다른 dNTP를 주입했을 때는 가닥이 연장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DNA 가닥의 연장이 일어날 때 dNTP로부터 피로인산이 떨어져 나오고, 이때 반응 용액 상에 존재하는 효소 Sulfurylase가 5’-phosphosulfate를 피로인산을 이용하여 ATP로 전환시킵니다. 그리고 이 ATP를 사용하여 발광효소인 luciferin이 빛을 내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알맞은 dNTP의 펄스가 가해지는 경우에만 피로인산이 나와 ATP가 생성되고 빛이 발생합니다. Pyrosequencing 중 Roche 454는 이러한 빛의 발생을 감지하여 분석하고자 하는 가닥의 서열을 확인해냅니다. 

illumina sequencing: 형광과 blocking group이 첨가된 특수 dNTP를 사용한다.  출처: 레닌저의 생화학

    두번째 NGS는 illumina 사에서 사용하는 가역적 사슬종결법(Reversible Chain Termination method)입니다. 기존의 사슬종결법은 3’의 -OH기를 -H로 바꾼 ddNTP를 사용하여 연장을 영구적으로 막았다면, 가역적 사슬종결법은 -O-CH2CH=CH2(-O-allyl)기로 바꾸어 일시적으로 연장이 막히지만, 화학 처리를 하면 allyl기를 떼어내 연장 차단 상태를 풀어버립니다. 또한 dNTP에 염기별로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의 형광 염료를 부착하여 어떤 염기가 연장되었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시퀀싱 과정은, 우선 변형된 dNTP들을 한꺼번에 주입한 뒤, 어떤 색의 형광이 나타나는지 감지하여 서열을 파악합니다. 이후 화학 처리를 하여 allyl기와 형광 염료를 제거하면, 다음 dNTP들을 주입시켰을 때 이어서 서열 연장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각 cycle별로 나타나는 형광의 색깔을 기록하면 가닥의 서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PacBio sequencing: DNA 중합효소와 DNA 가닥만 있으면 서열이 분석된다. 출처: Glick의 분자생물공학

    세번째 NGSPacBio사의 Real-time single-molecule sequencing 기법으로, 실시간으로 분석 가닥의 서열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Well에 분석하고자 하는 DNA 단일가닥과 DNA 중합효소, 형광 표지된 dNTP를 넣으면 중합효소가 dNTP를 결합시켜 상보가닥이 생성되면서 형광이 발생합니다. PacBio 사는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형광의 색깔을 분석하는 시퀀싱 방법을 개발해냈습니다.

Nanopore 시퀀싱: 칩에 로딩만 하면 서열이 분석된다. 출처: Oxford Nanopore Technologies

    네번째 NGSOxford Nanopore Technologies 사의 Nanopore 시퀀싱 기법입니다. 이 방법은 특수 제작한 미세기공 단백질을 사용하는데요, 파악하고자 하는 DNA 이중가닥을 넣으면 기공에서 이중가닥을 풀어버리는 효소에 의해 하나의 가닥만이 기공 안으로 들어가고, 안으로 어떤 염기가 통과하냐에 따라 이온 전류(ionic current)의 양이 다르게 됩니다. 실시간으로 이온 전류를 측정함으로써 염기 서열의 파악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Real-time single-molecule이나 nanopore 시퀀싱을 봤을 때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얼마나 많이 발전하였는지 체감하였습니다. 분자생물공학을 수강하면 이 밖에도 상상치도 못했던 다양한 기법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


2. 선배의 조언

    분자생물공학은 Lehninger <생화학> 24~28, 그리고 Glick <Molecular Biotechnology> 2장을 다루는 수업입니다. 화학생물공학부의 전공필수 과목인 응용생화학 1, 2에서 <생화학> 1~23장을 배우기 때문에 분자생물공학 수업까지 마치면 생화학 한 권을 다 떼는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대학에 들어와서 어떤 전공서를 일부만 배우지, 전체를 다 떼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화생공 학부생이라면 분자생물공학까지 듣고 생화학을 완결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보나마나 생물 수업이어서 암기하느라 힘들 것이 뻔한데, 단순히 그것만으로 추천할 수 있냐고 물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자생물공학 수업의 내용은 응용생화학에 비해 꽤 적은 편입니다. 챕터 수로 따지면 응용생화학은 12, 분자생물공학은 6장으로 딱 반절입니다. 체감상으로도 응용생화학은 진도를 나갈 때마다 시험기간에 암기할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면, 분자생물공학은 진도가 널널하고 그만큼 설명이 자세히 되어서 걱정 없이 생물학의 재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습니다만은, 저는 내용적으로도 분자생물공학이 응용생화학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세포 소기관의 구성이나 생합성 경로보다는 유전자와 관련된 내용이 더 와닿고 공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거나 이용해볼 요소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마지막에 분자생물공학 기법을 다루면서 실제 응용 예시들을 배우기도 했고요. 확실한 점은 다른 생물학 수업들처럼 그저 지식을 받아들이고 암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직접 활용하고 생각해볼 요소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분자생물공학은 공학도인 우리들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3. 진로 선택에 도움되는 점

    분자생물학이 생물학의 큼직한 기둥들 중 하나인 만큼 그 중요성과 확장성이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어느 분야이든 간에 바이오 쪽 진로를 희망하는 화학생물공학부 학생이면 무조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화학생물공학부의 분자생물공학수업만으로 충분하냐는 것인데, 이것은 솔직히 생명과학부의 3학년 전공필수 과목인 분자생물학을 들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듣기로는 기본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같으나 실험 결과의 해석 및 추론 위주의 수업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일단 다루는 내용이 비슷하다면 화학생물공학부 학생이 접근성이 좋은 분자생물공학 수업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오에 진심인 학생이라면 분자생물공학부터 수강한 뒤,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생명과학부 수업을 수강하거나 대학원 수업인 분자생물공학특론을 수강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수업을 2학기 때 듣고 방학동안 생물 관련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분자생물공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클로닝, CRISPR 유전자 편집, PCR 등의 실험 기법의 원리를 알고 배우는 것과 모르고 배우는 것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습니다. 분자생물학적인 기반을 잘 배웠기 때문에 각 과정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오히려 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 연구를 희망한다면, 더 좁게는 바이오 연구실을 경험해볼 의향이 있다면 우선 분자생물공학을 수강하면 실험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4. 맺음말

    분자생물공학은 여느 생물 과목이 그렇듯 화학생물공학부에서 인기가 없는 과목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응용생화학에서 크게 데인 여파일 겁니다. 바이오에 관심이 있는 저조차도 응용생화학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바이오 수업을 수강했다가 괜히 고생하는 것 아닐까 걱정이 심했습니다. 첫번째 수업 시작 전 열명 조금 넘는 인원들만이 모여 앉아있는 강의실을 보고 심란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처음의 걱정은 온데간데없고 줏대 있게 분자생물공학을 선택한 저 스스로가 승리자라고 느껴질 정도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재미도 있고, 내용적으로 부담도 적은 분자생물공학, 화학생물공학부 학우라면 정말 추천드립니다. 여러분에게도 바이오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잔뜩 안겨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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