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연재물 - 재료공학/[재료공학] 민시키의 생활 속 재료 이야기

재료이야기 #10. 재료의 자성 (2)

by STEMSNU 2016. 2. 13.

재료의 자성 두 번째 이야기

 

 

 사진 출처

 

민시키의 재료이야기, 재료의 자성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간에 맛만 보았던 자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자들이 모두 자기모멘트를 가진다 했으니까, 모든 물질이 자성을 띄고 있겠네요?

 

지난 시간에 모든 전자들은 궤도 자기모멘트스핀 자기모멘트를 갖는다고 했지요. 그리고 모든 물질은 전자들을 가지고 있을 테니, 모든 물질이 자기장을 만들어낸다고, 다시 말해 자성을 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책, 가방, 물 등등 자성을 띄지 않는 물질이 오히려 더 많아요. 이는, 전자들 각각은 자기모멘트를 가지고 있지만 전자들마다 각기 다른 방향의 모멘트를 갖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모두 상쇄가 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대부분의 물체들이 (외부 자기장이 없는 조건 하에서) 자성을 띄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평소에도 자성을 띄는 물질도 있죠? 우리가 자석이라고 부르는 자철석 등의 물질 말이에요. 이런 물질들의 경우에는 이웃한 원자들끼리 coupling 상호작용을 하여, 자신들의 자기 모멘트를 서로 같은 방향으로 정렬시키려는 성질을 가져요. 그렇기 때문에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전체적으로 같은 방향의 자기 모멘트를 갖게 되고, 자성을 띄게 되는 거지요. 이러한 자성을 우리는 강자성(ferromagnetism)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강한 자성이지요. 뒤에 다른 종류의 자성도 나올텐데, 강자성만 유일하게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나타나는 자성이랍니다. 그리고 강자성을 띄는 물질로는 철, 코발트, 니켈, 일부 희토류 금속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강자성 물질에서 나타나는 coupling 상호작용의 근원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고 있지 않지만, 금속의 전자 구조로부터 생성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하네요~

 


외부 자기장 하에서만 자성을 띄는 물질들은 그 원리가 뭔가요?

 

평소에는 자성을 띄지 않다가 외부 자기장이 생기면 자성이 생겨난다.. 아마도 random한 방향이었던 전자들의 자기 모멘트가 외부 자기장에 의해 한 방향으로 정렬되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이렇게 외부 자기장에 의해 자기 모멘트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을 고전적인 전자 모델과 약간의 물리적 수식을 이용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일단 전자의 공전, 즉 궤도 운동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하량 –e, 질량 m의 전자가 반지름 R, 속도 v로 등속 원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 전자가 엄청 빠르게 돈다면, 실제로는 하나의 전자가 도는 거지만, 정상전류가 흐르는 고리와 같아지겠죠? 이 때의 전류의 크기는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자의 궤도운동은 다음과 같은 크기의 자기 쌍극자를 만들게 됩니다.

이 때 – 부호는, 음전하인 전자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므로 전류는 시계 방향이고, 따라서 자기 모멘트는 –z 방향으로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외부 자기장이 없을 때 전자의 궤도 운동이 만드는 자기 모멘트를 구했고, 이제 외부 자기장이 생기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볼 시간입니다. 그러기에 앞서, 전자의 운동 방정식을 한 번 세워 보겠습니다. 전자는 원자핵과의 전기적 인력에 의해 원운동을 하게 되므로, 쿨롱 힘구심력 역할을 하게 됩니다. 편의상 원자핵의 전하량을 +e라 하면,

이러한 식이 성립하겠네요. 그런데 이 상황에서 외부 자기장 B를 +z 방향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기장에 의해 로렌츠 힘이 추가되고, 그 방향은 쿨롱 힘과 같아집니다. 따라서

와 같이 식이 바뀝니다. 이 때 는 외부 자기장에 의해 변화한 새로운 속력이고, 초기 속력 v보다 큰 값이겠네요. 이제 위의 두 식을 연립해보면,

속력의 변화가 충분히 작다고 하면 이 값은,

속력이 변화했으므로 궤도 자기 모멘트 또한 다음과 같이 변화합니다.

끝났네요. 자기장이 생기면,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자기 모멘트가 변화하는 것을 수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장을 +z 방향으로 잡고 설명했는데, -z 방향으로 자기장이 있다고 가정해도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 경우, 자기장에 의해 전자의 속력이 줄어들고, 자기장과 같은 방향이었던 자기 모멘트의 크기가 줄어들게 됩니다. 즉, 자기 모멘트의 변화량은 여전히 자기장과 반대방향인 것이죠!

 

이러한 원리로 인해, 외부 자기장이 발생하면 기존의 random했던 전자들의 자기 모멘트 방향이 모두 자기장 반대 방향으로 약간씩 쏠리게 되고, 전체적으로 보면 물질이 자기장 반대 방향의 자기 모멘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전자들이 원자핵 주변을 돌고 있으므로, 이러한 현상은 모든 원자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여기까지만 보면 안 되고, 밑에까지 보셔야 해요!) 이렇게 외부 자기장의 반대방향을 향하는 자성을 우리는 반자성(diamagnetism)이라고 부릅니다. 수식이 많아서 힘들면, 전자의 궤도 운동에 의해 외부 자기장 반대 방향의 반자성이 발생한다. 정도로만 알아둬도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모든 물질이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의 자성을 갖나요..?

 

아니요, 아직 말이 다 안 끝났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현상은 모든 원자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모든 물질이 반자성을 갖는 것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전자의 궤도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자기 모멘트 변화는 그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만약 물질이 반자성 외의 다른 자성을 나타낸다면 위에서 설명한 효과는 무시되고, 다른 자성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에만 위의 효과가 남아있게 돼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다른 종류의 자성이 나타나지 않는 물질들이 반자성을 갖는 셈이지요.

 

다른 종류의 자성… 다른 종류의 자성이라 하면 처음에 설명했던 강자성이 있을 수 있고.. 또 뭐가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까지 전자의 궤도 자기 모멘트가 자기장에 의해 변화하는 것만 생각하고, 아직 스핀 자기 모멘트를 고려하지 않았죠? 따라서 스핀 자기 모멘트에 의한 현상이 또 다른 종류의 자성을 만들 거라고 예상할 수 있겠어요.

 

자기 모멘트 를 갖는 전류 고리가 외부 자기장 B 안에 들어 있다면, 이 고리는 의 돌림 힘을 받게 됩니다. 즉, 자기 모멘트 방향이 외부 자기장 방향과 가까워지는 쪽으로 돌림 힘을 받아 돌아간다는 거지요.

 

이러한 현상이 전자의 스핀 자기 모멘트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전자의 스핀에 의해 발생한 스핀 자기 모멘트 역시, 외부 자기장이 발생하면 외부 자기장 방향으로 회전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전자들의 스핀 자기 모멘트가 외부 자기장 방향으로 쏠리고, 이로 인해 물질 자체가 외부 자기장 방향으로 자성을 갖게 되는 현상, 이를 우리는 상자성(paramagnetism)이라고 합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몇 가지 의문이 듭니다.. 첫 번째 의문은.. 스핀 자기 모멘트뿐만 아니라 궤도 자기 모멘트도 외부 자기장에 의해 토크를 받아 회전하게 될 텐데 왜 스핀 자기 모멘트만 고려할까요..? 이에 대해서 물리 서적에서는, ‘스핀을 뒤집는 것보다 궤도 전체를 기울이는 것이 훨씬 더 힘들기 때문에 궤도 자기 모멘트는 상자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합니다. 뭐… 깔끔한 설명은 아니지만 이런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의문은.. 반자성을 설명할 때 우리는 ‘모든 전자가 궤도 자기 모멘트를 갖기 때문에 반자성은 모든 원자에 대해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라고 했는데, 스핀 자기 모멘트도 모든 전자가 갖잖아요..? 그러면 상자성도 보편적인 현상일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상자성은 파울리 배타원리에 의해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에요. 파울리 배타원리에 의해 원자 속의 전자들은 스핀 업 전자와 스핀 다운 전자가 서로 짝을 이룬 형태로 존재해요. 그런데 물질마다 오비탈 에너지 준위가 다르고, 전자 수가 다르고, 또 훈트의 규칙을 만족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니까, 결론적으로 모든 전자들이 짝을 이룬 물질도 있고, 짝을 이루지 못한 홀 전자가 존재하는 물질도 있어요. 만약 모든 전자들이 짝을 이룬다면, 스핀 업 전자가 받는 회전력과 스핀 다운 전자가 받는 회전력이 서로 다 상쇄되어, 위에서 설명한 회전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돼요. 이 경우엔 상자성을 띄지 않는 것이겠지요. 반면, 홀전자가 남아있다면, 이 홀전자가 받는 회전력에 의해 상자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해가 잘 되었나요?

 


다시 한 번 정리..

 

지금까지 총 세 종류의 자성을 배웠습니다. 강자성, 상자성, 반자성. 우선 반자성전자의 궤도 운동에 의해 외부 자기장의 반대 방향으로 생기는 자성이었고, 모든 원자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그 크기가 다른 자성에 비해 작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질이 다른 종류의 자성을 갖는다면 반자성 효과는 무시할 수 있게 됩니다. 상자성은 전자의 스핀 운동에 의해 외부 자기장의 방향으로 생기는 자성으로, 모든 전자들이 짝을 이룬 경우에는 상쇄되어 나타나지 않고, 홀전자가 남아있는 경우에만 상자성이 발생합니다. 반자성과 상자성을 합쳐서 생각해보면, 홀전자가 없으면! 반자성, 홀전자가 있으면! 상자성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학 시간에 오비탈에 전자 채우는 걸 배우고 나면, ‘다음 중 상자성을 띄는 물질을 고르시오’ 같은 문제들이 나오는 겁니다. 이해 하셨죠?

 

강자성은 일반적이지 않은 매우 특이한 형태의 자성으로, 이웃한 원자들끼리 서로 coupling되어 같은 방향으로 자기 모멘트를 정렬시키려는 성질을 갖는 물질에서 나타나는 자성입니다. 강자성만 특이하게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자성을 유지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자석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생각하면 되겠죠? 강자성에는 또 반강자성(antiferromagnetism), 페리 자성(ferrimagnetism) 같은 특이한 자성들이 포함되는데, 흔한 현상은 아닌 것 같아 따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자성 끝!

두 번에 걸쳐서 자성의 근원그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수식이 많아서 좀 읽기 거북하지만, 수식이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초전도체와 반자성체에 대해서 다루려 계획했지만, 준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다른 주제를 먼저 다룬 후 다시 자성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