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의 자성 첫 번째 이야기
개인 사정(?)으로 인해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민시키의 재료이야기입니다! 이번 시간은 재료의 자성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두 번에 걸쳐 재료가 갖는 여러 가지 자성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그 이후 반자성체라는 특별한 성질의 재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성..?
제 맘대로 재료공학을 짧게 요약하자면, 기존 재료의 성질을 알아보고, 더 나은 성질을 갖는 재료를 만들어내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만든다’는 표현은, 아예 새로운 성분이나 조성을 가진 재료를 만든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같은 성분이지만 다른 공정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이렇게 재료의 성질을 다루는 학문이 바로 재료공학인데, 재료의 성질이란 곧 외부의 자극에 대한 재료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재료에 열을 가했을 때 재료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재료의 열적 성질, 전기를 가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얼마만큼의 전류가 흐르는지 등을 보는 게 전기적 성질, 어떤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 광학적 성질, 재료에 힘을 가했을 때 얼마만큼 견디고,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보는 것이 기계적 성질인 거지요. 같은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자성이란 외부의 자석, 혹은 자기장에 대해 재료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나타내는 재료의 성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재료가 다른 재료를 밀거나 당기는 자기적인 현상은 수천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여 최근까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라디오, 텔레비전, 전화기, 컴퓨터, 발전기 및 변압기 등 요즘 사용하는 많은 제품들은 자성과 자기 재료를 응용하고 있어, 재료의 자성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성은 어떻게 생기는 건가요?
물체가 자성을 갖는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물체를 원자 수준까지 작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물질은 수많은 원자들로 구성되어있고, 원자는 중앙의 원자핵과 그 주변의 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때, 고전적인 원자 모델에서는 원자핵과 전자를 태양과 행성으로 묘사합니다. 즉, 원자핵이 중심이 되어 그 주변을 전자가 공전하고, 전자 스스로도 자전을 한다는 모델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전자에 의해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해낸 고전적인 모델일 뿐, 실제로 전자가 빙글빙글 공전, 자전을 하지는 않아요. 실제로 전자가 돈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심지어 교수님도.. 헷갈리시면 안 돼요!
잠깐 딴 얘기로 빠져서.. 실제로 회전하지도 않는데 이러한 모델을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실제로 우리가 원자에서 원자핵과 전자의 거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적인 지식이 필요해요. 단순히 원자핵과 전자가 있는 게 아니라, 전자와 전자끼리도 서로 영향을 끼치고, 전자와 원자핵끼리도 영향을 끼치고, 아주 복잡한 일들이 원자 내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양자역학적으로 접근하여 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따라서 우리는 고전적인 접근을 통해 대략적으로 원자 내의 현상들을 이해하려 하는 거에요. 물론 완전하게 설명되지 않는 현상도 있고, 양자역학적인 접근의 결과와 약간의 차이가 나는 현상도 있지만요.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양자론이 형성, 발전하는 데에도 이러한 고전적인 접근이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초창기 양자론은 초보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고전물리학의 확실한 결과를 길잡이로 하여 양자이론을 발전시켜 나갔고, 양자역학 서적에서도 어떠한 현상에 대한 양자역학적인 해석을 설명하기에 앞서 고전적인 해석을 먼저 보이고, 후에 두 가지 해석을 비교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하려는 말은 실제로 전자가 돌지는 않지만! 설명이 잘 되니까 그러한 모델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다시 돌아와서.. 위와 같은 이유로 전자가 공전과 자전을 한다고 보겠습니다. 전하를 띈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 원자핵 주위로 전류고리가 형성되겠고, 전류고리의 공전축 방향으로 자기장이 형성되게 됩니다. 즉, 한 전자의 공전(궤도 운동)에 의해 조그마한 자기장이 형성되는 거지요. 이 때 이러한 ‘조그마한 자기장’을 우리는 자기 모멘트라고 부르고, 특히 전자의 궤도 운동에 의해 발생한 자기 모멘트를 궤도 자기 모멘트(Orbital Magnetic Moment)라고 부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전자가 자전(스핀 운동)을 함에 따라 자전축 방향으로도 자기 모멘트가 발생하는데, 이를 스핀 자기 모멘트(Spin Magnetic Moment)라고 합니다. 그런데,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자들 중에는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아이들도 있고,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자전 방향이 다르면 당연히 자기 모멘트 방향도 서로 다르겠죠? 이 때 위 방향의 자기모멘트를 갖는 전자를 스핀 업(spin-up) 전자라고 하고, 아래 방향을 스핀 다운(spin-down) 전자라고 합니다. 만약 스핀 업 전자와 다운 전자가 하나씩 있다면, 각각의 스핀 자기모멘트는 서로 상쇄되어 없어지겠죠?
이렇게 전자의 자기모멘트는 궤도 자기모멘트와 스핀 자기모멘트로 이루어지고, 이 두 모멘트를 벡터적으로 더한 값을 전자의 자기모멘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전자들이 자기 모멘트를 갖는다면, 수많은 전자들을 품고 있는 모든 물질들은 자성을 띄게 되지 않을까요? 모두 동일하게 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왜 물질마다 자성의 종류가 다르고 그 정도가 다른 걸까요? 그리고 외부 자기장이 전자의 자기 모멘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길래 외부 자기장에 의해 물질의 자성이 깨어날까요?? 이는 다음 시간에 조금은 더 물리적인 내용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오늘은 뭔가 좀 짧아 보이지만, 사실 약 20일 전부터 쓰기 시작한 거랍니다.. ㅎㅎ 일단 여기서 끊고,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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