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공학부는 재료의 성질, 미세구조, 공정, 퍼포먼스의 4대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분야입니다. 재료공학부에서 개설되는 ‘재료의 기계적 거동’ 수업을 통해 이 4대 요소를 모두 배워봅시다.
재료 정사면체
‘재료 정사면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재료공학부 교수님들께서 수업 오리엔테이션 때 종종 언급하시는 것인데요, 재료의 성질, 미세구조, 공정, 퍼포먼스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재료공학을 연구할 때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재료의 성질은 미세구조에 의해 바뀌고, 미세구조는 어떤 공정 과정을 거쳤냐에 따라 달라지고, 물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공정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재료공학부 수업에서는 하나 혹은 두 요소를 주요하게 다루며 사면체를 완성해갑니다.
재료의 정사면체 중 성질에는 기계적 성질, 광학적 성질, 전기적 성질 등이 있습니다. 그 중 기계적 성질은 재료를 당겼을 때 얼마나 잘 늘어나는지, 얼마나 튼튼한지, 얼마나 센 힘을 가해야 부서지는지 등 힘과 관련된 성질입니다. 얼마나 튼튼한지가 매우 중요한 재료가 무엇일까요? 바로 금속입니다. 자동차, 교량, 비행기 등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금속(특히 철강)은 큰 힘을 버텨야 하고 그러면서도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전공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 ‘재료의 기계적 거동’입니다. 재료가 어떤 기계적 성질을 가지고 행동하는지를 주로 미세구조와 공정 방법에 근거하여 배웁니다. 세라믹, 고분자 등 다른 재료의 기계적 성질도 일부 배우지만, 금속의 기계적 거동이 주를 이룹니다.
‘재료의 기계적 거동’ 맛보기
그럼, ‘재료의 기계적 거동’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자 금속의 기계적 거동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맛보기로 배워보겠습니다.
재료의 변형이란 재료에 힘을 가했을 때 모양이 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중 소성변형(plastic deformation)은 더 이상 힘을 주지 않는데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는 않는 변형이에요. 예를 들면 사고가 나서 자동차가 찌그러졌을 때, 모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소성변형이 일어나는 이유는 미세구조에서 찾을 수 있어요. (재료 정사면체 여전히 기억하죠? 재료의 기계적 성질과 미세구조가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금속을 기준으로 알아봅시다.
금속은 원자들이 일정한 배열로 이루어진 결정구조를 가집니다. 밑의 그림과 같이 매우 규칙적인 미세구조로 되어 있어요. 이때 이 결정구조에 결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 줄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처럼요. 이렇게 2차원 선에 결함이 생기는 것을 전위(dislocation)라고 합니다. 금속의 소성변형은 바로 이 전위가 움직이면서 발생합니다. 금속을 잡아당기면 전위가 한 칸, 한 칸 이동하면서 소성변형이 일어납니다.
다리를 건설할 때, 강한 금속이 필요합니다. 바람이 불어 끊어지는 다리를 원하지는 않죠. 이때 ‘강하다’는 것은 소성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강한 금속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성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전위의 움직임을 막으면 되겠죠. 미세구조적으로 전위의 움직임을 막는 공정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드디어 성질, 미세구조, 공정이 합쳐졌네요) 금속을 강하게 만드는 강화기구의 하나로 변형 경화(strain hardening)가 있습니다. 이는 금속재료에 압연(rolling)과 같은 방법으로 힘을 가해 재료가 변형되게 함으로써 전위의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전위끼리 얽히면서 이동이 어려워져 소성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어떤가요? 생각보다 쉽죠? 사실, 지금 설명해 드린 내용은 ‘재료공학 원리’ 수업에서도 다루는 기초적인 이야기입니다. ‘재료의 기계적 거동’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조금 더 수식적으로 디테일하게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재료의 미세구조를 바탕으로 재료가 어떤 기계적 성질을 보이는지 파악하고, 더 강한 재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배운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시, 재료 정사면체
재료 정사면체를 다시 확인해볼까요? 놀랍게도 ‘재료의 기계적 거동’ 수업 내용을 맛보면서 4대 요소를 모두 다루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다리가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는(퍼포먼스) 강도가 높은 금속(성질)이 필요합니다. 강도가 높기 위해서는 전위의 움직임을 막아야 하는데(미세구조), 이를 위해 압연(공정)을 함으로써 변형 경화를 시키는 것이죠.
재료는 정사면체의 4대 요소를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지만, 재료공학부 수업에서는 주로 이를 분리하여 더욱 깊이 있게 배우기 때문에 재료공학부 학생들조차 본인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재료의 기계적 거동’ 수업의 내용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금속 재료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고등학생분들도 이 글을 읽고 재료공학부가 무엇을 하는 학과인지 감을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본 내용은 재료공학 중 금속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세라믹이나 고분자 분야와는 매우 다릅니다! 금속 분야에서도 열역학적 접근, 모델링을 통해 재료를 설계하는 등 연구 분야 및 방식은 무궁무진하니 위 내용이 전부라는 생각은 말아 주세요.) 여러분의 진로 고민과 전공 결정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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