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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공학과 : 어쩌면 이미 도래했을지 모르는 우주정거장의 시대

by STEMSNU 2022. 12. 31.

 우주정거장이 새로운 인류의 터전이 될 수 있을까요?  SF 소설을 읽다보면 황폐화되고 포화된 지구를 벗어나 대형 우주정거장으로 사람들이 이주해 사는 모습을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겁니다. 정말 깊게 탐독을 하다보면 1973년에 제안된 O'neil cylinder 이라는 진지한(?) 정거장 컨셉을 찾을 수 있죠. 초창기 SF 작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Gerard K.O'Neil 스탠포드 교수는 뜻이 맞는 사람들의 모든 아이디어를 긁어모아 공학적으로 가능한 대형 우주정거장 컨셉들을 내놓았고 그게 바로 이 컨셉입니다. 실제로 건설 가능한 컨셉이었고 1973년 공학적 해석을 포함한 논문이 발표된 뒤 다양한 컨셉들이 이 컨셉을 기준으로 제안되었습니다. 

<영감>

 하지만 공학적으로 건설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걸 건설할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죠. 아직 굳이 지구를 탈출할 이유는 크게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확보가 안되어 추진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컨셉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Blue Origin 이라는 회사를 만들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제프 베조스의 2019년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는 본인의 세대에 이 정거장이 제작되지는 않겠지만 그 기반 건설 기술을 후세에 전달하고 싶다라는 말을 잠깐 합니다. 이게 그의 진짜 속내일지는 몇 십년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이 컨셉이 여러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O'neil Cylinder

 Blue Origin 사의 이러한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람이 바로 그 일론 머스크입니다. 그는 이러한 대형 우주정거장이 경제적으로 말도 안되는 컨셉이라 생각하고 화성 테라포밍을 대안으로 판단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는 사람이죠. 서로 다른 컨셉을 생각하고 있지만 각자의 목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두 회사는 흔히 말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선구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Blue Origin 사는 지금 약간 부진해보이지만 그건 길게 봐야할 일이죠. 

 다시 정거장 이야기로 돌아와서 앞서 말씀드린 O'neil cylinder 는 확실히 지금 세대가 눈을 감기 전까지 나오기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지구가 폐허가 되지 않게 막고 이 정거장이 쓰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어떤 미래가 찾아올지는 모르죠. 우선 정거장 기술 자체에 주목해봅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성과>

 1998년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첫 번째 모듈 자르야가 쏘아올려졌습니다. 사실 쏘아올려진지 벌써 24년이나 된 것이죠. 2028에서 2030년 사이에 수명이 종료될 이 정거장은 지금까지 1400억달러(최소 150조원) 이상이 사용되었으며 현재로 매년 2~3조원 정도의 운영비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 14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 중 많은 부분은 로켓 발사비용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은 R&D 연구 비용이 주된 비용입니다. 수많은 분야가 있었겠지만 순수과학 R&D 를 제외하고 주목할 분야는 크게 두 분야입니다. 

  • ECLSS (생명유지시스템) 연구 
  • 무중력 하 생산기술 연구 

 ISS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양한 국가들이 있지만 그 중 NASA 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지원했던 기술이 바로 이 ECLSS (Environmental Condition & Life support system) 입니다. 이 시스템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수분 재활용 등 인간이 거친 우주공간에서 거주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혹자는 어차피 잠수함에서도 사용되는 기술인데 뭐 그리 연구할게 많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정확하게 기술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완전히 공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중력 환경 하에서 시스템에 사용되는 다양한 유체 기반 장비들이 중력 환경과는 전혀 다른 거동을 보인다는 것만 알려져 있죠. 그래서 다른 기술들이 이미 성숙되고 있을 때 ECLSS 기술만큼은 ISS 의 수명종료 이후에도 연구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나사의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지난 25년 간의 연구 끝에 NASA는 ECLSS 기술의 비약적 수명 연장 및 비용 감소는 성공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해당 시스템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제거기 기술(우측 이미지)은 수명이 10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여러 시스템에서 큰 발전이 있었죠. 나사가 이 기술에 집중을 한 이유는 후에 행성간 유인탐사에 이러한 기술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장거리 탐사에서는 지구에서의 보급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시스템을 요구한 것이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거장의 유지비용이 비약적으로 감소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것은 후에 설명할 민간 우주정거장의 비용이 낮아진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주정거장이 단지 국가 지원 사업에서 벗어나 실제로 민간에서 이윤을 창출해내려면 연구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주관광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수요가 나오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무중력 공간을 이용한 생산기술들이 연구되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ZBLAN 광섬유입니다. 무중력 환경하에서 광섬유를 제작하면 내부의 기포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손실이 거의 없는 이상적인 광섬유가 생산됩니다. 해야하는 것은 광섬유의 원료를 갖고 올라가 섬유를 제작하고 지구로 다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이 광섬유의 판매 단가는 일반 광섬유의 5배 이상입니다.  비단 광섬유 뿐만 아니라 인공 망막 등 무중력 환경 하 생산기술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기업들이 무중력 R&D에 뛰어드는 게 단순히 낭만 때문은 아니라는 거죠. 

<민간 우주정거장의 시대>

 ECLSS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지난 25년 간의 전체적인 기술 수준 향상으로 기업가들은 우주정거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하고 있습니다. 앞서 ISS 는 건설까지 14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모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2010년 말에 들어서 대담한 포부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죠.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Axiom space 라는 회사는 30억 달러로 ISS 와 유사한 내부공간을 가진 우주정거장(Axiom Station)을 제작하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ISS 건설 비용의 97%를 감축하겠다는 발표였죠. (물론 1400억달러가 순수하게 건설비용은 아닙니다.) NASA 로 부터 ECLSS 기술을 전수받고 전기차의 상용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 상용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거장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휴스턴에서는 정거장 개발에 들어갔고 NASA의 감사 아래 설계 검증은 어느 정도 완료가 된 상황입니다. 헛소리가 아니었다는 거죠. 

 또 다른 회사인 Orbital Reef. Blue Origin 사와 Sierra Space 의 공동 우주정거장 프로젝트로 이 정거장은 Axiom Station 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으로 예산을 잡아 100억달러의 예산을 잡고 설계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Blue Origin 사가 뛰어든 것을 고려했을 때 그저 공상 속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민간 기업들이 이런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수익이 보장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무중력 공간 하 생산기술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기업 및 개인들이 정거장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스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Axiom Station by Axiom Space
Orbital Reef by Sierra space & Blue Origin

<마무리하며>

 이 글을 읽으실 많은 분들은 항공우주공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시겠지만 관심이 있으시다고 해서 꼭 항공우주공학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플랫폼은 항공우주 엔저니어들이 만들겁니다. 다만 이 무중력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는 저희의 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톰 크루즈는 2022년 Axiom Space 사와 무중력 공간에서 영화를 찍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의 영감은 타 분야 사람들에게서 나오곤 하죠. 

 아무도 모릅니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우리의 생각보다 우주정거장의 시대는 빨리 찾아오고 있습니다. 

 

공우 12.5기 항공우주공학과 송영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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