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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연재 - etc/[에세이] 모태 공돌이의 과학기술 에세이

[002] 중력파, 드디어 발견되다!

by STEMSNU 2016. 2. 25.

레이저 간섭계가 중력파를 발견하다

 2016년 2월 11일 (한국 시각 12일 새벽), 미국 국립과학재단(NSF)는 중력파 관측 연구소인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와 함께 기자 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 전 며칠간 드디어 중력파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요, 아래 동영상이 바로 그 기자회견의 장면입니다. 초반 5분까지가 공식 발표이고 그 다음 이어지는 기자회견은 이번 발견 및 LIGO를 비롯한 중력파 검출 장비들, 중력파에 대해 지구 최고의 전문가들의 성명을 들을 수 있으니 한번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Ladies and gentelmen. We, have detected, gravitational waves! We did it!”
- David Reitze, LIGO 연구소장, 칼텍

 글쓴이인 모태 공돌이는 기자회견 10분 전에 운좋게 이 소식을 접하고, 친구방에서 맥주를 마시던 중 다같이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는데요, 중력파 관측을 발표하는 역사적 순간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중력파 관측이 발표되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네, 바로 아래 사진처럼요!


환호하는 슈퍼 공돌이들환호하는 슈퍼 공돌이들 @NASA


중력파란 무엇인가?

중력파란, 시공간의 주름이라고 불립니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 자신의 일반상대성 이론 식으로부터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크기가 매우 작아 인류가 관측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했지요..) 고무로 된 얇은 판 위에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으면 고무판이 휘듯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듭니다. 이 시공간이 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중력을 설명해 보자면, 공간 속의 물체들은 직진하고 있지만 시공간 자체가 휘어 있기 때문에 물체는 이 굴곡을 따라 움직이며 물체 주변을 돌게 되고, 이것이 중력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량으로 인해 휘어있는 시공간질량으로 인해 휘어있는 시공간 C.Carreau @ESA


 중력이 강한 물체 주변의 시공간이 왜곡된다는 사실은 중력이 강한 물체 주변에서 시간이 느리게 가거나, (물체가 블랙홀 근처에 다가갈수록 관측자에겐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은하나 블랙홀 뒤의 빛이 휘어 그 뒤쪽의 천체가 여러 개로 보이는 “중력 렌즈” 현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력 렌즈 현상으로 뒤쪽 은하가 왜곡되어 보이는 'cheshire cat' 은하단중력 렌즈 현상으로 뒤쪽 은하가 왜곡되어 보이는 'cheshire cat' 은하단 @NASA


 이 시공간의 주름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하게 되면 마치 물결처럼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 물결은 주변의 시공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빛의 속도로 우주 전체로 퍼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중력파죠.  

 자, 그럼 이 중력파를 관측했다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서로 공전하는 두 중성자별에 의해 만들어진 중력파의 개념도서로 공전하는 두 중성자별에 의해 만들어진 중력파의 개념도 @NASA

 빛, 또는 전자기파로 과측한 우주의 역사를 봅시다.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던 과거에는 행성과 별들, 그리고 은하들이 내뿜는 빛만을 볼 수 있었지만, 전파와 X선으로 그 관측 영역이 확대되면서 전파 은파나 펄서, 퀘이사, 그리고 블랙홀이 내뿜는 제트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우주의 숨겨진 모습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자기파는 물질에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은하에 가려진 우주는 거의 관측할 수 없어요. 하지만 시공간을 타고 전파되는 중력파는, 물질에 가려지거나 약해지지 않기 때문에 물질에 가려진 우주 너머도 볼 수 있답니다.

 지금의 중력파 검출기는 감도가 낮아 큰 질량의 물체가 합쳐질 때 나오는 정도의 주파수가 큰 중력파만을 관측할 수 있지만, 더 크고 섬세한 중력파 관측기가 개발되면 더 약한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우주 배경복사(우주 초기의 빛)처럼 우주 초기의 중력파 복사를 관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가 빛에 대해 투명해지기까지는 38만년이 걸렸고, 그 이전의 우주는 빛으로는 관측할 수 없지만, 중력파를 통해 그 이전의 우주의 구조를 관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력파의 종류에 따른 우주 현상들중력파의 종류에 따른 우주 현상들 @NASA


어떻게 중력파를 관측했지?


LIGO Hanford 관측기LIGO Hanford 관측기 @LIGO Scientific Collaboration


 이번 중력파를 관측한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는 마이켈슨 간섭계라는 레이저 간섭 장비를 이용합니다. 물리학자였던 마이켈슨은 이 간섭계를 사용해 빛을 전달하는 가상의 매질인 “에테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낸 실험을 하였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 빛은 어떤 매질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며,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는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이어지며, 더 나아가 중력파를 예견한 일반 상대성이론으로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일반 상대성이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인 중력파 역시 마이켈슨 간섭계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마이켈슨 간섭계의 구조는 꽤 간단합니다. 빛(보통 단파장의 레이저)를 쏘아주면 이 빛을 반투명 거울(beam splitter라고 불립니다)이 두개로 쪼개주고, 쪼개진 각각의 빛은 동일한 거리를 갔다가 거울에 반사된 후 다시 반투명 거울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때 두 거리가 완전히 동일하다면 최대 출력의 빛이 나올 것이고, 반 파장만큼 차이난다면 아무 빛도 관측되지 않을 것입니다. 둘 사이 어딘가만큼 위상차가 난다면 중간 어느 정도 세기의 빛이 나오겠지요


중력파 관측기의 간단한 구조중력파 관측기의 간단한 구조 By Cmglee (Own work) CC BY-SA 3.0 or GFDL, via Wikimedia Commons


 LIGO는 이 각 팔의 길이가 4km로, 현존하는 제일 큰 중력파 관측기입니다. 중력파로 인해 왜곡되는 공간의 비율은 매우 작기 때문에, 이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팔의 길이가 길수록 유리합니다. 이번 중력파로 인해 시공간은 10-21 정도 왜곡되었고, 4km의 길이는 4 * 10-18m, 4am 정도 변화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길이 변화도 감지할 수 있도록 오차를 줄이기 위해 LIGO 안에는 지진 등 땅의 흔들림으로부터 거울과 광학계를 보호하는 장비, 그리고 각종 신호 잡음을 검출하는 장비들이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현대 측정 기술들의 최고봉만을 모아놓은 관측소입니다.

 만약 지구상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한쪽 팔의 길이가 변하고 그 신호가 검출된다면?! 빙고! 중력파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되고, 그만큼 빛이 더 짧거나 긴 거리를 이동했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한 곳에서만 검출해서는 이것이 진짜 중력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지각활동이나 오차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LIGO는 Hanford와 Livingston 두 곳에 관측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개의 관측기를 가짐으로서 양쪽의 신호가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똑같이 나오는지를 보면 이것이 국지적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각 관측기에 신호가 들어오는 시간을 비교해 중력파의 발생 근원지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중력파 관측기가 건설되면 더 정확하게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시브한 이벤트들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검출된 신호 GW150914(Gravitational Wave 2015.09.14 라는 뜻입니다.)는 약 11억년 전 두 블랙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입니다. 두 블랙홀이 서로를 빠르게 회전하다 합쳐지며 질량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 때 손실된 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별들이 내고 있는 에너지의 50배(!) 에 달합니다. 이 에너지가 중력파의 형태로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 11억년이 지난 지금 지구를 통과하게 된 것입니다. 위의 동영상에서 이 중력파를 소리로 만들어낸 것, 그리고 두 블랙홀이 합쳐지는 장면의 시뮬레이션(매우 매우 슬로우모션)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

 아직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등 무거운 천체들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중력파만을 관측할 수 있지만, 더 큰 중력파 검출기가 완성된다면 더 넓은 범위의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간섭계의 팔의 길이가 길 수록 더 섬세한 관측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 아예 관측기를 우주로(!) 보내버리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럽 우주국(ESA)의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e) Pathfinder는 훗날 있을 이런 프로젝트를 위한 기반 연구들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거울과 레이저 등의 간섭계 시스템을 우주 공간에서 멀리 떨어트려놓고 레이저빔의 간섭을 측정하는 기반 연구를 할 것입니다.

 이런 더 섬세한 중력파 관측기는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원시 우주와 블랙홀/중성자별 쌍성계 등의 관측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흠..아쉽게도 시간여행이나 웜홀, 시공간 왜곡 기술 등과는 아직 관련이 없어 보이는군요 :(

 뭐, 미래엔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http://xkcd.com/1642/우주의 SNS는 중력파로 @XKCD


References

중력파 https://www.ligo.caltech.edu/page/what-are-gw

LIGO https://www.ligo.caltech.edu/

LISA http://lisa.nasa.gov/ - 2011년 NASA의 프로젝트 중단으로 중단된 프로젝트이며, LISA Pathfinder가 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LISA Pathfinder http://sci.esa.int/lisa-pathfinder/

Wikipedia References

중력파 https://en.wikipedia.org/wiki/Gravitational_wave

마이켈슨 간섭계 https://en.wikipedia.org/wiki/Michelson_interferom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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