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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M - 학술세미나/etc

차(茶)의 과학, 차의 공학, 차의 역사

by STEMSNU 2023. 3. 2.

여러분들은 녹차나 홍차와 같은 차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시나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미녹차같은 음료가 생각날 수도 있고, 다도나 티타임과 같이 격식을 차려서 먹는 음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멀게 느껴지는 차. 오늘 이 글에서는 이러한 차의 속에 숨겨져 있는 과학과 공학, 역사를 들여다보고 차를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소개해보려 합니다.

차의 과학 & 역사: 차의 종류 알아보기

(1) 차의 색에 따른 분류?
차는 소위 차나무, Camellia Sinensis라는 식물의 잎을 따서 만드는 음료입니다. 중국 남부에서 처음 음용하기 시작해서 초기에는 중국에서 널리 음용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중국 사람들이 부르는 차의 분류는 똑같은 차나무에서 나온 찻잎임에도 6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과거 중국인들은 차의 색을 바탕으로 차를 6가지로 나눴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여러분들께서 익숙하게 느낄 만한 녹차와 홍차 역시 있습니다. 차에 대해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수도 있겠지만, 홍차는 녹차를 운송하던 중 발효되어 만들어진 차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연, 이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일까요? 비밀을 풀 해법은 차를 가공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차의 가공을 나타낸 그림, File:Teaprocessing-small.png,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이 그림은 차의 가공 과정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딱 봐도 과정이 많아 보이네요. 이 글에서는 이 과정을 각 차 별로 나눠서 핵심만 간단히 정리하고, 그 속에 숨겨진 원리를 짚어 보려고 합니다. 먼저 녹차의 가공 과정을 확인해 볼까요?

한국 녹차의 일종인 세작,&nbsp;장미의 뜰, CC BY 2.0 KR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kr/deed.en>, via Wikimedia Commons

그림을 보면 녹차는 다른 차들과 달리 살청 과정을 거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살청 과정이 다른 차들과 달리 차의 푸른 색을 남기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카테킨의 분자 구조

그림에 보이는 분자는 찻잎에 많이 들어 있는 카테킨이라는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항산화효과로 잘 알려진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이 카테킨은 산소와 만나게 되면 효소에 의해 아래 그림과 같이 생체내의 다른 분자와 coupling 반응을 진행하여 산화된 형태의 카테킨 퀴논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바뀌게 된 카테킨 퀴논은 다시 생체 내에서 테아플라빈 혹은 테아루비긴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 물질이 바로 홍차의 짙은 색을 나타내는 물질입니다.

카테킨의 산화 과정, Tanaka, T., Miyata, Y., Tamaya, K., Kusano, R., Matsuo, Y., Tamaru, S., ... & Kouno, I. (2009). Increase of theaflavin gallates and thearubigins by acceleration of catechin oxidation in a new fermented tea product obtained by the tea-rolling processing of loquat (Eriobotrya japonica) and green tea leave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 57 (13), 5816-5822.

즉, 녹차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산화되는 과정을 막아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살청은 이를 위한 과정으로, 아래 사진과 같이 차에 열을 가해서 효소를 비활성화하고, 산화를 방지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녹차를 덖음차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살청을 위해서 찻잎을 덖어서(일종의 볶음(?)) 만들기 때문에 덖음차라고 표현하게 됩니다.

차를 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nbsp;GeorgeLouis,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반대로 홍차는 위조와 유념, 산화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 중에서 핵심은 유념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조 과정은 찻잎을 어느 정도 건조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유념 과정에서 찻잎을 잘 쪼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유념 과정은 찻잎을 쪼개거나 으깨는 등의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거친 찻잎의 표면에는 상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후 찻잎의 상처로 산소가 들어갈 수 있게 되고, 이로 인해서 산화가 가속화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녹차의 살청과는 정 반대의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차의 유념 과정, [정승호의 Tea Panorama 49] 홍차의 가공 방식 2, http://hotelrestaurant.co.kr/mobile/article.html?no=4088

이렇게 산화를 시킨 찻잎은 적당히 가공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마시는 홍차로 변하게 됩니다. 이때 산화를 얼마나 오래 시키는지에 따라서도 홍차의 종류가 달라지게 됩니다.

다시 위에서 봤던 카테킨의 산화 과정 그림을 들고 왔는데요, 아래쪽을 보면 테아플라빈에서 테아루비긴으로의 화살표가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화살표와 마찬가지로, 실제 찻잎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테아플라빈이 테아루비긴으로 변화하게 되고, 이에 따라 차의 성질도 달라지게 됩니다. 간단하게 둘 사이의 차이를 정리하면 차의 수색이 짙어지지만, 보다 부드러운 맛이 된다는 차이가 있는데요, 이에 따라 차의 개성을 나타내기 위해 가공 과정에서 산화 시간의 차이를 주기도 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차 중에는 우롱차가 있습니다. 이 우롱차는 녹차나 홍차와 마찬가지로 찻잎을 사용한 차이지만, 둘과는 차이가 있게 됩니다. 흔히 우롱차를 부분 산화차라고 부르게 되는데요, 그 말대로 홍차와 달리 산화를 전부 마치지 않고 일부만 한 차를 우롱차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청이라고 불리는, 우롱차의 유념 과정을 보다 부드럽게 진행하고 산화를 거치는 도중에 살청을 통해서 추가적인 산화를 막아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롱차는 산화의 정도나 가공 과정 및 재료가 되는 찻잎의 종류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종류를 가지게 되고, 특히 중국 등지의 아시아에서 널리 사랑받게 됩니다. 차의 역사적으로도 우롱차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요, 바로 기존에 중국인들이 즐겨 먹던 우롱차를 서양인들이 수입하면서 보다 관리가 편한 홍차로 수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롱차,&nbsp;Difference engine,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이렇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차의 세 종류를 확인해 보았는데요, 아직 중국인들이 분류한 차의 종류에는 3가지나 더 남아있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나머지 차들은 어떤 차들인지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다룰 차는 백차입니다. 백차는 말 그대로 맑은 흰색을 띄는 차인데요, 백차의 가공 과정을 확인하면 다른 차들과 달리 인위적인 산화도 거의 진행하지 않고, 위조나 건조를 제외한 가공 과정도 거의 거치지 않게 됩니다. 일종의 순수한 차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도 백차를 마셔보지는 못 했지만, 이러한 백차는 수색과 마찬가지로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백차의 한 종류인 백호은침의 모습,&nbsp;LDFrancis,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다음으로는 황차가 있습니다. 이 황차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한 가지 일화가 있는데요, 과거 중국에서 녹차를 만들던 사람들이 어느 날 찻잎이 전부 누렇게 변해버린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녹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던 일이었는데요,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누런 찻잎으로 차를 먹어봤더니 나름의 맛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녹차로부터 유래된 황차는 녹차를 만드는 과정 중 살청 이후에 민황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민황 과정은 살청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제거하지 않고 보자기 등으로 싸서 두는 과정으로,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효소에 의한 산화가 아닌, 열에 의한 산화가 진행됩니다. 그 결과로 색이 녹색에서 다소 변한 황색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맛 역시 녹차보다 좀 더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하네요.

황차,&nbsp;삼장, CC BY 2.0 KR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kr/deed.en>, via Wikimedia Commons

중국인들이 분류한 차의 마지막 카테고리는 흑차입니다. 흑차라고 하면 여러분들께서 어색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흔히 이 흑차는 보이차라고 불립니다.1 보이차라고 하면 흔히 아래 사진과 같은 동그란 전병 모양의 차로, 다이어트에 좋은 중국의 토산 차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2

보이차,&nbsp;Jason Fasi, CC BY 2.5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5>, via Wikimedia Commons

이러한 보이차는 일반적인 차의 제조 과정에서 발효 단계를 추가로 거친 후발효차에 해당합니다.3 보다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녹차와 같이 차를 만들어 놓은 뒤 우리가 알고 있는 메주와 같은 형태로 차를 보관하게 됩니다. 이를 긴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다음, 메주처럼 차를 발효시켜서 보이차를 만들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자연 발효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발효를 보다 잘 진행하기 위해서 아래 그림과 같이 추가적인 가공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악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이차는 특유의 풍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네요.

보이차의 가공 과정,&nbsp;zgware, CC BY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via Wikimedia Commons

(2) 차의 음용 방식에 따른 분류?
지금까지 간단하게 차의 종류와 그 속에 담겨있는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차의 또 다른 분류인 차의 음용 방식을 차의 역사와 함께 간단히 다뤄보려 합니다. 처음 차는 중국의 남부, 윈난성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어린 시절 방영하던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요, 해당 작품이 바로 윈난성으로부터 타 지역으로 차를 운송하던 길과, 그 주위의 여러 문화에 대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운송되어 중국 각지에서 음용되기 시작하던 차는 처음에는 운송을 편하게 하기 위해 아래 그림과 같이 전병과 같은 병차의 형태로 유통되고, 마치 된장을 물에 풀어 먹듯 끓여서 차를 음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자다법이라고 합니다.

고형차의 모습, 보이차는 주로 고형차로 운송된다.&nbsp;Jason Fasi, CC BY 2.5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5>, via Wikimedia Commons

여기서 잠깐 중국 역사의 흐름을 되짚어보려 합니다. 중국 역사는 고대 중국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지의 삼국시대, 우리나라의 삼국 통일기에 깊은 영향을 미친 당나라, 이후 한국을 공격한 원나라나 조선과 조공 등의 외교 관계를 가진 명 청 등 다양한 국가들의 흥망성쇠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은 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여러분들이 주목해야 하는 국가들은 크게 당, 송, 명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중국의 역사,&nbsp;SSITS,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다시 돌아와서, 앞에서 다룬 자다법와 같은 음용 방식은 고대 중국에서 흔히 이루어졌고, 당나라 시기에 와서 융성하게 그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이어 받은 송나라의 차 음용 방식은 이와는 조금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흔히 점다법이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차를 가루낸 다음 저어서 먹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아래 그림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가루를 저어 먹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렇게 음용하는 차를 본 기억이 혹시 있지 않으신가요? 바로 일본의 말차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말차는 이러한 송 시대의 점다법으로부터 유래하여 일본으로 건너간 형태라고 합니다.

말차를 섞어 먹기 위한 다선,&nbsp;D-Kuru,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이렇게 가루를 내어 마시게 된 차의 형태는 명나라 대에 이르러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차와 같이 우려내는 형태인데요, 이런 차의 음용 형태를 포다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차를 우리게 된 이유에는 차를 덩어리로 만드는데 들어가는 노동력을 줄이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런 배경 하에서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즐기는 잎차(산차)의 형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번외. 말차 & 다도 속의 역사와 과학

이렇게 중국 역사와 함께 차의 세 가지 음용 방법을 알아 보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 글에서는 잠시 두 번째 방법이었던 가루차, 말차에 주목해보려고 합니다. 말차는 일본의 고급 녹차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잘 알려진 일본의 차 문화에는 다도 역시 있는데요, 다도가 왜 이렇게 복잡한 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역사적인 이유와 과학적인 이유로 나눠지게 됩니다. 흔히 차의 향을 맡게 되면 고소한 풀내음과 함께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차는 과거로부터 종교적인 수행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오게 되었습니다. 특히 뒤에서도 다루겠지만, 술을 마시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수행을 하는 불교에 있어 차는 좋은 궁합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불교의 전파와 차의 전파가 어느 정도 같은 흐름을 가지게 됩니다. 일본에 차가 들어오게 된 과정에도 어느 정도 불교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데요, 이처럼 수행과 결부되는 차의 특성은 차를 마시는 다례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차와 예절을 결부시키거나, 차 자체의 풍미를 즐기거나, 혹은 차와 수행을 결부시키는 등 각자만의 차 마시는 법을 이렇게 만들어내게 됩니다. 다도는 이러한 일본의 차 마시는 법이라고 할 수 있게 되겠네요. 이는 시간이 지나게 될 수록 여러 상류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거치게 되고, 점차 의미가 덧붙여져 현재의 다도에 이르게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도의 한 과정,&nbsp;Adriano at it.wikipedia,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이렇게만 본다면 다분히 역사적인 이유로 다도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차의 맛과, 그 속의 과학 원리 역시 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래에 있는 그림은 시중에 흔히 파는 테아닌이라고 하는 영양 보충제입니다. 테아닌은 카페인과 반대로 사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증대시키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등 여러 효능이 알려져 이렇게 영양제로도 널리 사용되는데요, 즉 테아닌은 찻잎으로부터 찾아낸 천연 영양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테아닌 영양 보충제,&nbsp;Krimanu Elye,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테아닌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찻잎의 주요한 화학 성분 중 하나로 녹차를 음용할 때 카페인 함량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물질입니다. 이러한 테아닌은 햇빛을 받게 되면 반응하여 폴리페놀로 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테아닌 역시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흔히 알려진 MSG나 이노신산처럼 감칠맛을 내는 요소입니다. 그러한 만큼, 테아닌을 최대한 온존하여 감칠맛을 내려는 시도가 있게 되고, 그러한 노력으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말차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녹차의 차광 재배와 그 효과를 연구한 결과,&nbsp;Chen, X., Ye, K., Xu, Y., Zhao, Y., & Zhao, D. (2022). Effect of Shading on the Morphological, Physiological, and Biochemical Characteristics as Well as the Transcriptome of Matcha Green Tea.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23(22), 14169.

위의 그림은 말차를 재배하기 위해 차나무 위에 어두운 가림막을 씌운 모습입니다. 이러한 재배 방식을 차광이라고 이야기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차광 방식으로 만들어진 말차는 햇빛을 보지 않기 때문에 테아닌이 많이 남게 되고, 이에 따라 보다 연한 색을 가지며 감칠맛이 난다고 합니다. 이때 일본의 다도는 이러한 말차를 기반으로 하게 됩니다. 말차에는 아미노산 성분인 테아닌이 많이 남아있게 되고, 이러한 성분들은 과도하게 높은 온도에 오랜 시간 접하게 되면 본래의 성질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말차를 주 소재로 사용하는 다도의 경우에는 보다 물의 온도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차의 공학: 차 우려내기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과연 차를 우리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은 일종의 차라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질문으로, 공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차를 우리는 과정은 화학공학적인 요소들이 많이 관여하게 됩니다. 그러한 만큼, 제가 화학공학도로서 차라는 주제를 다루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합니다.

이때 차를 우리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사실 차보다는 커피에서 보다 많이 진행되었고, 일반적으로 차보다 커피에 익숙한 만큼 커피의 예시를 들어 설명을 해보려 합니다. 아래 그림은 커피가 어떻게 우려져 나오는지를 설명하는 그림입니다. 갈려져 있는 커피를 물이 통과하고, 이에 따라 물에 녹을 수 있는 물질들이 통과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전문 용어로 추출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커피의 추출 원리,&nbsp;Cordoba, N., Fernandez-Alduenda, M., Moreno, F. L., & Ruiz, Y. (2020). Coffee extraction: A review of parameters and their influence on the physicochemical characteristics and flavour of coffee brews. Trends in Food Science & Technology, 96, 45-60.

여러분들께서도 요리를 하는 등 물에 물질을 녹이는 경우는 흔히 있게 되는데요, 개중에는 물에 잘 녹는 물질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잘 녹지 않고 한참을 휘저어주어야 하는 물질이 있기 마련입니다. 커피나 차 속의 물질도 마찬가지라서 아래의 그림과 같이 시간에 따라 추출되어 나오는 물질의 종류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때 마지막으로 나오는 물질들의 경우 무거운 분자들이 많으며, 주로 쓰거나 떫은 맛을 내는 물질들이 있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차를 오래 우리게 되면 떫은 맛이 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게 됩니다.

우리는 시간에 따른 추출물,&nbsp; Learn the 8 Principles to Brew Coffee Like a Pro (Again and Again) , Tico Coffee, https://www.ticocoffee.com/es/en/blog/coffee-brewing/how-to-brew-coffee-foundations.html

나아가, 차를 우리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의 방법이 존재하게 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아래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처음 이 기기를 보고 마치 화공 실험실에 있을법한 기기를 본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이펀 커피 기기,&nbsp;Cona All-Glass Coffeemaker, Factory photo release 2019,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이 기기 역시 차를 우려내기 위한 기기로, 흔히 사이펀이라고 부르는 기기입니다. 사이펀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압력 차에 의해 물을 빨아 당기는 기기 장치를 흔히 이야기하는데요, 이 장치는 생김새는 사이펀과 비슷하지만 사실 사이펀보다는 일종의 압력 차를 이용한 진공 펌프와 비슷한 기기입니다.

사이펀,&nbsp;KVDP,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아래 그림에서는 이 사이펀이라는 기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설명합니다. 먼저 아래를 가열하게 되면 아래에 있는 물이 증발하게 되고, 이에 따라 물이 밀려나가게 되어 위쪽의 압력이 낮은 쪽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가열된 물은 위에서 커피를 추출하게 되고, 어느 정도 압력차가 맞추어지게 되면 그 물은 다시 아래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러한 순환 과정을 거치면서 커피가 추출되는 과정은 일종의 화학 공장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이펀 커피의 원리,&nbsp;Emuzesto,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이렇게 차를 우리는 과정 속에 숨어 있는 여러 원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실제 차를 잘 우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를 우리는 시간에 대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너무 길지 않게, 적절히 3~4분 가량을 우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우리게 되면 떫은 맛만 나게 되고, 실제 차의 풍미를 온전히 느끼기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를 우리는 온도 역시 중요한데요, 일반적으로 충분히 많은 물질들이 우려져 나오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물질의 특성에 따라 산화가 된 차일수록 더 높은 온도에서 잘 우려져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앞서 이야기한 말차나 녹차, 또는 산화가 거의 되지 않은 백차나 홍차 중에서도 산화를 많이 시키지 않은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와 같은 부류들은 끓인 뒤 한 번 식힌 물이 낫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은 아니지만, 물의 종류 역시 중요합니다. 만약 차를 끓이는 물 속에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네랄은 무기질을 의미하고, 이러한 물질들은 우리가 흔히 먹는 소금과 같이 물속에서 이온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런 물질들은 그냥 물 상태로 있을 때는 모르지만, 물을 한 차례 끓이고 다른 물질들을 녹인 다음 식히게 되면 물 맛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네랄이 너무 과하게 있는 물은 차를 끓이기에 다소 좋지 않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차의 역사: 차의 전파 과정

앞에서 차의 종류도 알아보았고, 차를 우리는 법도 알아 보았는데요, 지금부터는 이러한 차가 어떻게 전파되어져 왔는지, 이에 따른 차의 분류가 어떻게 되는 지를 조금 더 알아보려 합니다. 처음에 간단히 이야기한 대로 차는 중국의 서남쪽 윈난성에서부터 발원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지도가 윈난성의 위치를 나타낸 것인데요, 삼국지로 잘 알려진 촉나라, 즉 쓰촨성보다도 아랫쪽의 중국 최극단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윈난성의 위치

이 지역으로부터 차는 차츰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고, 이윽고 한국과 일본 등 주위 국가로도 퍼져 나가게 됩니다. 여기에는 불교의 영향을 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차의 풍미와 수행이 같이 결부되어 불교에서는 차를 선호하게 되었고, 각 나라에서 불교가 융성하게 퍼져 나감에 따라 차 문화 역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때 차 문화는 하나의 수행 방식으로부터 비롯되었으므로 각 국가의 차 문화 역시 저마다의 예절이나, 수행과 같이 결부되게 되었습니다. 앞서 일본의 다도를 이야기했는데요, 일본의 다도는 참선 등의 불교 문화로부터 비롯되어 예절과 형식을 중시하는 형태로 발전해나가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다례는 이와는 사뭇 다르게 형식보다는 예절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파생된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다예는 보다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요, 보다 차의 종류가 다양한 중국인 만큼 차 자체의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분위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차의 전파 과정과 어원,&nbsp; Movement of "Tea" & "Cha" Around the Globe, World History Encyclopedia, https://www.worldhistory.org/image/14112/movement-of-tea--cha-around-the-globe/

이렇게 동양에서 차가 퍼져 나가고 있던 중, 어떻게 서양의 영국과 같은 나라들에서도 차를 즐기게 되었을까요? 위의 지도는 차가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차를 부르는 방식에 있는데요,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차를 '차’라고 부르는 반면 서구권을 중심으로 차를 '티’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차의 전파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과거 중국은 한나라 시절부터 서역이라고 불리던,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에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실크로드라는 무역로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실크로드는 중국의 장안으로부터 시작하여 중앙아시아의 산지(톈산 산맥)를 거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통과하고, 나아가 페르시아 지역을 지나 터키 등으로 향하는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본 지도로 다시 돌아가보면 붉은 색 화살표가 이러한 루트를 거쳐 페르시아와 터키로 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러한 무역의 한 일환으로 차 역시 전파되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현대 터키에서는 유럽의 홍차 문화를 짙게 받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차가 전래되었을 때의 단어인 '차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그 흔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실크로드의 모습,&nbsp;Aldan-2,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이와는 별개로, 중국 남부 민남 지역(현재의 푸젠성 및 광둥성 등지)의 방언으로 차는 '테’라고 발음되었습니다. 중국의 해상 무역이 둔화되기 이전 과거 이 지역의 상인들은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해상 교역에 힘을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네덜란드 상인들은 여러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처음으로 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하게 됩니다. 동인도회사라고 불리는 식민지 상업 거래 시스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무역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들은 처음으로 유럽에 차를 들여오게 되고, 영국 등 주변 국가로 전파되어 사치품으로서 인기를 얻게 됩니다.

특히 영국에서는 이러한 차를 즐기기 위해 차의 양산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인도에 차를 재배하는 다원을 대규모로 만들어내게 됩니다. 현재 우리에게 유명한 아삼이나 스리랑카 실론 지역이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들 지역으로부터 대규모 재배되기 시작한 차는 비로소 영국에 대중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된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특히 이러한 양산화에는 차 제조 과정의 정리 역시 한 역할을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위조, 유념 등의 단계를 보다 체계화하여 공장의 형식으로 차를 생산하기도 하고, 나아가 아래 사진과 같이 곱게 갈아져서 만들어지는 양산형의 CTC 홍차를 개발함으로서 차를 보다 쉽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CTC 홍차의 모습, USAGI-WRP, CC BY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3.0>, via Wikimedia Commons

번외: 차의 세부 종류를 알아보자

지금까지 차의 과학, 공학, 역사를 넘나들면서 차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얼 그레이 차는 뭔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는 또 뭔지, 다즐링이 무엇인지 등 세부적인 차의 종류와 그 특성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이런 부분들을 조금 짚고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먼저 가향차블렌디드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어느 카페를 가건 홍차로 준비되어 있는 가장 유명한 홍차 종류가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얼 그레이 입니다. 이 얼 그레이는 과연 어떤 홍차일까요? 처음 얼 그레이를 만들어낸 곳은 영국이었습니다. 중국의 여러 차들은 차를 재배하는 곳의 환경 등에 따라 저마다의 풍미를 가지게 됩니다. 이를 와인에서는 떼루아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각 지역의 여러 포도 품종에 따라 와인의 맛이 천차만별로 나타나게 되고, 이에 따라 와인의 이름에도 이러한 정보가 반영됩니다.

와인, 와인은 지역과 품종, 생산 방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가진다.&nbsp;Mick Stephenson mixpix 20:28, 2 April 2007 (UTC), CC BY-SA 3.0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차도 마찬가지로 재배하는 환경이나 세부적인 품종의 차이에 따라 맛의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상큼한 향을 내는 차가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이 차를 마시고 싶던 영국인들이 홍차에 아래 그림과 같이 생긴 베르가못이라고 불리는 식물의 오일을 첨가하면 향이 유사하게 됨을 알고, 이렇게 만들어낸 차가 얼 그레이입니다.

베르가못,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ergamottepflanze.jpg#/media/File:Bergamottepflanze.jpg

이렇게 차에 다른 향을 첨가한 차를 흔히 가향차라고 이야기합니다. 중국 요리를 먹을 때 같이 먹는 자스민차 역시 녹차나 우롱차에 자스민 향을 가향하여 마시는 대표적인 가향차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차를 가공하는 방법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얼 그레이 외에 카페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차로는 잉글리쉬 브렉퍼스트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영국에서 아침 시간에 마시는 이 차는 어느 지역, 혹은 어느 품종명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 여러 차를 복합적으로 섞어서 자체적으로 블렌딩한 블렌디드 차입니다. 비단 차 외에도 술 등 여러 식품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여러 제품이나 품종을 섞어서 새로운 맛을 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경우 역시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블렌디드와 유사하게 차를 마실 때 다른 것들을 섞어서 마시기도 합니다. 홍차의 본고장인 영국만 하더라도 설탕이나 우유를 많이 섞어 마시기도 하며, 인도의 경우 특유의 향신료를 많이 넣은 마살라 짜이가 대표적인 차의 형태인 만큼 그 음용 형태가 다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살라 짜이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향신료,&nbsp;kris kr&uuml;g from Vancouver, Canada, CC BY-SA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추가로 앞서 차의 떼루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대로 차의 경우에도 그 차이가 크지 않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품종이 있습니다. 홍차의 경우 가장 유명한 품종 중 하나로 다즐링을 들 수 있습니다. 다즐링은 인도 동부 네팔과의 접경 지역의 이름으로,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차는 명품 차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특히 다즐링 지역의 경우 겨울이 얼마 지나지 않은 봄에 수확하는 퍼스트 플러시가 유명하고, 수확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랜 기간을 두고 만든다기보다는 새싹차를 만드는 것에 가까워 풀내음이 많이 나고 산화가 덜 되어 녹차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의 찻잎,&nbsp;David J. Fred, CC BY-SA 2.5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5>, via Wikimedia Commons

이외에도 유명한 홍차로는 중국의 홍차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정산소종이나 기문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산소종은 우롱차로 유명한 무이산 근처에서 생산되는 홍차로, 훈연해서 스모키한 향이 나는 제품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반면 훈연하지 않은 정산소종 중 유명한 제품인 금준미의 경우 꽃향기가 난다고 하니 이러한 부분 역시 떼루아의 차이에 의한 홍차 풍미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산소종 차의 훈연 가공 모습, Lapsang Souchong Tea: All You Need To Know, True Tea Co., https://trueteacompany.co.uk/lapsang-souchong-tea/, photo credit: Fran&ccedil;ois-Xavier Delmas

주로 동양에서 즐겨 음용하는 녹차 역시 마찬가지로 다양한 종류를 가집니다. 한 가지 예시로, 앞서 언급한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와 유사하게 녹차 역시 봄에 수확한 어린 잎으로 만든 우전차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는 찻잎을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차의 성장 정도 등의 차이로 인해 맛이 달라지는 효과에 의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이외에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녹차는 정말로 종류가 다양해서 각 지역마다 특유의 이름과 맛을 가지게 됩니다.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하는 중국 서호(항저우 인근)의 서호용정이나, 중국 유명 명승지 황산의 황산모봉 등이 그 예시입니다. 앞서 소개한 일본의 녹차도 유명한 종류가 있습니다. 한자로 옥로라고 부르는 교쿠로의 경우 일본의 녹차 중에서도 차광이나 생산 과정에 많은 신경을 쓰는 고급 녹차라고 합니다. 물론 일본의 차가 전부 이런 고급차나, 앞서 이야기한 말차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말차가 아닌 일반적인 차(센차라고 부름)가 더 흔한 종류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롱차 역시 종류가 다양하고, 특히 중국 남부의 푸젠성이나 대만의 우롱차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정산소종이 나는 지역인 무이산의 무이암차가 대표적인 우롱차이며, 또한 동방미인이나 고산 우롱차 등 대만의 여러 우롱차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들 우롱차의 경우 일반적인 떼루아에 더해, 산화 정도 역시 천차만별이라 녹차와 유사한 차, 홍차와 유사한 차, 이외의 독특한 풍미를 가지는 차 등 다양한 종류가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차의 여러 세부 종류까지 보다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차라는 소재는 친근한 듯 하면서도 친근하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글을 통해서 차 속의 원리부터 여러 정보까지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가고 보다 차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앞에서 여러 원리를 설명하면서 복잡하게 차를 설명하긴 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취미를 즐길 때는 자신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는 만큼 여러분들께서 흥미가 있으시다면 보다 깊게 알아보셔도 되고, 크게 관심이 없는 부분이 있다면 이 글에서 이야기한 부분 중에도 크게 신경을 써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흑차, 즉 발효차와 보이차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크게 뭉뚱그려 보이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2. 보이차의 경우 중국 토산차 중에서도 윈난성, 그 중에서도 푸얼(보이)시에서 유래된 차로, 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
  3. 후발효차가 맞는지에 대한 논의 역시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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