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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백서/재료공학부

재료공학부 : 고분자재료물리

by STEMSNU 2023. 3. 17.

▲발표를 위해 제작한 수업자료 일부

고분자 공부하면 화학만 하면 될 거라 생각하셨나요? 고분자 역시 열적·물리적 성질이 그 미세구조와 관련이 있는 만큼, 이를 정리한 과목인 고분자물리가 있습니다. 점입자가 아닌 선형 사슬이 기본 단위인 고분자가 얽히며 만들어내는 물리학, 고분자물리를 소개합니다.

1. 전공 소개 

고분자는 단량체라 부르는 분자를 반복적 결합으로 중합시켜 큰 분자량을 갖도록 한 분자를 일컫습니다. 특유의 반복적인 구조와 큰 분자량 때문에 점탄성, 반결정성, 독특한 열적 및 역학적 특성 등을 지닙니다. 고분자물리에서는 이러한 성질을 분자량이나 분자 구조와 같은 요소와 연관짓기 위해 실험적 결과를 수식으로 근사하고, 실제 고분자의 미세구조와 분자 움직임을 단순화해서 나타내는 모델을 만듦으로써 이 수식의 이론적 근거를 만들게 됩니다.

 

2. 수업 구성

서울대 재료과 고분자재료물리 과목은 플립 러닝의 형태로 진행되어,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사전에 배정받은 파트의 수업자료를 준비하여 다른 학생 앞에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스스로 독학을 해야 하는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과목이었지만, 그만큼 머릿속에 확실하게 남는 과목이니 흥미 위주로 듣고 싶은 사람보다는 고분자 쪽으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합할 것 같습니다. 별도의 선이수과목이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논리 전개 방식이 물리화학 과목과 비슷하기 때문에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Chapter 2. Chain Structure and Configuration

고분자는 단량체가 반복해서 결합되지만, 항상 같은 형태로 결합이 이뤄지지 않고 단량체 배향(광학 이성질체, 단량체 내 결합 형성 위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2종류 이상의 단량체가 사용될 경우 결합 순서가 달라지면 다른 성질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경우에 대한 명명법과 고분자의 화학적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분광법 등을 다루는 단원입니다.

Chapter 3. Dilute Solution Thermodynamics, Molecular Weights, and Sizes

묽은 용액, 즉 고분자의 농도가 낮아 고분자 사슬끼리 용액 내에서 서로 영향을 줄 수 없다고 가정할 수 있을 때 용액 내에서 고분자의 거동, 열역학, 삼투압 등에 대해 다룹니다. 또한, 고분자의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자량의 정의법과 분자량 분포, 분자량에 따른 사슬의 대략적 크기 등에 대해 다룹니다.

Chapter 4. Concentrated Solutions, Phase Separation Behavior, and Diffusion

고분자간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높은 농도가 되었을 때의 고분자의 거동에 대해 다룹니다. 혹은 용매가 없이 2종류 이상의 고분자가 혼합되어 있을 때의 상 분리 효과와 고분자 내에서의 확산 효과에 대해 다룹니다.

Chapter 5. The Amorphous State

고분자 사슬의 배열이 별도의 결정성을 지니지 않아 무작위적 배열을 지니는 amorphous phase에서 고분자 구조와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한 단순화된 수학적 모델 몇 가지를 배웁니다.  각 모델은 저마다의 근사 방법과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습니다.

Chapter 6. The Crystalline State

고분자 사슬이 결정성을 지니는 것이 가능할 경우 국부적으로 결정 구조를 이루는 crystalline state를 띱니다. 이러한 결정 구조의 예시와 측정 방법, 결정 성장 과정과 속도론적 모델 몇 가지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Chapter 7. Polymers in the Liquid Crystalline State

사슬이 잘 구부러지지 않는(bending이 잘 일어나지 않는) rigid한 고분자의 경우 1차원 혹은 2차원으로 반복 구조를 지닐 수 있습니다. 3차원으로 반복 구조를 지니는 일반적인 결정과 구분짓기 위해 이러한 반복구조를 ‘액정’ 혹은 liquid crystalline state라 부릅니다. 이러한 liquid crystalline의 종류와 상도표, 열역학적 특성 등에 대해 다룹니다.

Chapter 8. Glass-Rubber Transition State

고분자에 외력을 가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탄성과 그 외력에 순응해 시간에 따라 변형되는 점성 두 가지 성질을 모두 보이며, 이를 고분자의 점탄성 특성이라 합니다. 온도에 따른 고분자의 점성과 탄성의 정도, 이러한 특성의 측정 방법과 분자 수준에서 점탄성의 원인을 설명하는 모델 등에 대해 다룹니다.

Chapter 9. Cross-linked Polymers and Rubber Elasticity

앞의 단원에서 고분자 사슬, 즉 선형 분자에 대해 다뤘다면 9단원에서는 고분자 간 화학적 결합이 존재하는 cross-linked polymer에 대해 다룹니다. 이 경우 사슬 간 인력이 강해 외력에 대한 복원력, 즉 탄성이 강해지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역학적, 열역학적 수식에 대해 배우고 고분자 사슬이 외력을 받았을 때 미세구조의 변화나 cross-link에 결함이 있을 때 탄성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Chapter 10. Polymer Viscoelasticity and Rheology

고분자는 점탄성 특성 때문에 몇 가지 독특한 거동을 보입니다. 같은 외력을 유지했을 때 시간에 따른 사슬의 길이 증가를 측정하는 creep과 같은 길이를 유지하기 위한 외력의 감소를 측정하는 stress relaxation에 대해 배우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모델과 온도에 따른 고분자의 점탄성 특성 변화에 대해 다룹니다.

Chapter 11. Mechanical Behavior of Polymers

고분자 소재에 강한 힘을 주게 되면 탄성한계를 넘어 변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때 일어나는 미세구조의 변화와 고분자의 기계적 성질의 측정법, 고분자의 외력에 의한 파괴 메커니즘 등에 대해 다루게 됩니다. 재료의 기계적 거동 과목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Chapter 12. Polymer Surfaces and Interfaces

고분자 표면의 여러 특성에 대해 다루는 단원입니다. 초반부만 가볍게 다뤘습니다.

 

3. 수업 내용 및 과제

모든 수강생은 2인 1조로 편성되었으며, 교재(Introduction to Physical Polymer Science 4판, L. H. Sperling 저)의 2~12챕터를 나눠서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높은 로드 때문에 수강변경기간에 많은 학생이 드랍하여 8명의 수강생, 4개 조가 남았고 이 때문에 한 조당 5번의 발표를 해야 했습니다. 또한, 마지막 주에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과 관련하여 논문을 하나 선정해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신 별도의 중간고사는 없고 기말고사도 발표한 부분에서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서로 만든 문제를 공유할 경우 시험공부 로드는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해당 과목은 복잡한 수식과 불친절한 교재 때문에 독학하기에 애로사항이 많으나, 중요한 것은 수식 그 자체나 이를 유도하기 위한 복잡한 수학적 계산보다 수식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된 모델과 그 가정, 근거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에 초점을 맞춰 공부를 한다면 일일이 수식을 외우는 고생을 하지 않고도 과목의 핵심을 꿰뚫을 수 있습니다.

 

4. 응용분야

고분자물리는 고분자를 다루는 데 있어 기초학문에 가까운 과목이지만, 고분자공학자가 고분자 가공 공정을 설계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분자를 이용해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공업 과정에서 어느 온도로 가열하면서 얼마의 힘을 얼마나 길게 가해야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면 고분자의 열적, 기계적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고분자를 용매 내에 녹이고 싶다면 고분자의 용액 속 거동과 열역학적 특성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디스플레이에 흔히 사용되는 액정이나 에너지의 저장에 사용되는 탄성체로써의 고분자 역시 그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선 효과적으로 공정을 디자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분자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한 번쯤은 꼭 들어야 할 과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마무리

5회의 발표 준비가 쉽지는 않았지만, 부실한 책의 설명을 보완하기 위해 참고자료를 찾아보고 쉽게 설명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면서 깊은 이해와 탐구를 할 수 있었던 과목이었습니다. 단순히 이론적 지식을 쌓는 것뿐 아니라 문헌을 찾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연습을 했다는 점에서 많은 것이 남은 강의였습니다. 수강생이 적은 만큼 교수님께서도 절대평가로 학점을 잘 주셨기 때문에, 고생 좀 해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마인드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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