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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M - 학술세미나/etc

이중언어사용에 대하여

by STEMSNU 2022. 4. 27.

Bilingualism (이중언어사용)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강의 중 하나인 양수경 교수님의 이중언어사용 강의에서 접하는 주제들을 간접적으로 전달드릴 STEM 12.5기 박인범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중 언어 사용의 정의와 양상을 살펴보고 그들의 특징을 도표와 여러 가지 상황을 예시로 들어 간략히 살펴보려 합니다.

Am I “Bilingual”?

대주제인 "이중언어사용"을 논하기 위해서 저희는 우선 이중언어사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겠습니다. 흔히들 본인을 bilingual로 규정할 때는 네 가지 항목을 적용시키곤 합니다. 본인이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지, 어색한 외국인 말투나 악센트가 없는지, 언어 간의 전환이 부드러운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언어로 모두 소통이 가능한지 등의 기준들이 생각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잣대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려 하면 소수의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현실의 대다수 사람들을 "bilingual"로 칭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으로 Grosjean이라는 학자는 언어의 '정기적 사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다음 사진의 인용구를 살펴보면 무슨 말인지 더욱 이해가 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Language Fluency and Usage

그렇다면 이중 언어 사용자의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으로는 언어 별 유창성과 사용 빈도가 제각각일 것이라는 겁니다. 각 언어를 사용하는 생활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의 사용 빈도도 다를 수 있으며 그 유창성 또한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용이한 이해를 위해 제 자신을 예시로 든 표를 첨부하였습니다. La=한국어, Lb=영어, Lc=이태리어, Ld=중국어 순으로 언어의 이름을 붙인 후, 표 상의 특정 부분에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언어를 위치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한국어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하므로 빈도와 유창성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영어는 학교나 외국인 친구와 대화할 때 사용하므로 빈도와 유창성은 한국어보다 다소 떨어질 것입니다. 가족의 영향으로 이태리어를 습득했고 학창시절에 제2외국어로 배운 중국어도 있지만 이들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표의 왼쪽 하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러분의 언어 별 유창성 및 사용 빈도는 어떠한지 표를 채우며 살펴보세요!

외국어 효과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언어가 외국어일 때, 직관적 결정이 줄어들고 합리적이고 일관적인 결정을 하는 경향을 일명 외국어 효과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이중 언어 사용자와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요?

The Trolley Dilemma

행동 경제학에서는 의사 결정이 복잡한 방식으로 두 시스템 (1. 축적된 경험에 근거한 직관적 사고와 2.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논리적 사고) 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두 시스템의 상호 작용을 통해 최종 결정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언어에 따른 감정 반응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 상황을 설정하겠습니다.

위의 첫 번째 상황에서는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육교에서 덩치 큰 사람을 밀어야 합니다. 약 80%의 사람들이 불쾌한 감정적 반응과 함께 즉각적으로 남자를 밀지 않겠다고 답변합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한 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죠. 여기서는 아까 제시했던 직관적 사고방식이 더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두 번째 상황에서는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변환기로 트롤리 방향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여기서는 80%의 사람들이 방향을 바꾸겠다고 응답합니다. 두 상황은 행동에 따른 결과 면에서 볼 때는 동일하지만 감정 반응, 즉 불쾌감의 강도는 이전 상황보다 적은 것이죠. 여기서는 더 냉철한 논리적 사고방식이 더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탐구해야 할 의문점은 ‘외국어 효과’가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도 나타나는지입니다. 다음은 중상 이상의 능숙도를 가지며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사용해 본 적은 있지만 사회적 사용 경험이 적은 L2 학습자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입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한 스페인어 원어민 대학생들에게 두 가지 딜레마를 제시했을 때, 변환기 상황에서는 제시 언어에 상관없이 80%가 공리주의적 결정을 내린 반면 육교 상황에서는 딜레마를 외국어인 영어로 제시했을 때 공리적 결정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언어를 교차하여 재실험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외국어 효과를 검증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 전략

마지막으로 아동의 이중 언어 사용을 촉진해 줄 수 있는 다섯 가지 전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one person-one language: 한 부모는 한 언어만, 다른 부모는 다른 언어를 항상 사용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전략이지만 부모가 이중 언어 사용자임을 눈치채는 경우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2. home-outside the home: 집에서 하나의 언어를, 집 밖에서 다른 언어 사용하며, 어릴 때 이민자 가정에서 효과적이지만 외부 관계가 늘어나면 소수 언어의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3. one-language-first: 일정 시기까지 한 언어만 사용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주변에 소수 언어 공동체가 없는 경우 주류 언어의 침투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4. language-time: 하루의 일정 시간/요일에 따라 사용 언어를 임의로 정하는 전략으로, 가정 환경에서 긴 시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5. free-alternation: 두 언어를 번갈아 사용하는 전략으로,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이중 언어 사용자여야 합니다.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주류 언어가 우세해지는 것을 막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렇게 이중 언어 사용(bilingualism)의 몇 가지 측면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요, 이러한 주제 이외에도 이중 언어 아동의 사고방식과 신경학적 및 심리학 측면으로 관련된 부분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강의에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References

[1] Grosjean, F. 2010. Bilingual: Life and reality. Harvard Univ. Press.
[2] Costa, A. 2020. The Bilingual Brain: And what it Tells Us about the Science of Language. Penguin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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